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다문화 한부모의 눈물①] “어떻게 살지 막막해요” 어려움에 내몰린 결혼이민여성
-이혼ㆍ사별 다문화여성 70~80% 급증
-열악한 생활 환경 속 자녀양육 큰 부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20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 A(45) 씨. 그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2년 전 세자녀를 데리고 이주여성쉼터로 ‘피신’했다. 오랜 고민 끝에 지난해 이혼한 그는 직장도 살 곳도 없었다. 한순간에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 가족으로 전락했다. 그는 한달 수급비 70만원과 영어 과외로 버는 60만원으로 대학생, 고등학생,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힘겹게 뒷바라지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쉼터에서 임대해주는 월세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올해가 지나면 쉼터마저 떠나야 한다.

A 씨는 “수입이 너무 적어 아이들을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못해줘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쉼터를 나가 살 곳도 찾아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지,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문화 가정 100만명 시대를 맞은 가운데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다문화 한부모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한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가족 사진.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2. 17년 전 한국에서 살림을 차린 중국인 B(50) 씨는 5년 전 급성 백혈병으로 남편을 갑작스레 잃었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월세집과 세 아들 뿐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B씨 마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경황이 없던 당시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셋째 아들은 정서 문제로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B 씨 가족이 현재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기초생활보장급여비다.

B 씨는 “일할 곳을 찾아보고 있지만 다리가 불편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일을 구하더라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라고 했다.

다문화가정 100만명 시대를 맞은 가운데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다문화 한부모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다문화가족의 구성 변화와 정책 대응 다각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결혼이민자의 혼인상태별 집단 규모 증감율이 가장 두드러진 집단은 혼인 상태가 사별이거나 이혼ㆍ별거인 여성이였다. 2015년 배우자가 있는 여성은 21만7700여명으로 집계돼 2012년 대비 5.7% 늘어난 반면 사별한 여성은 8800여명으로 3년 새 82.4% 급증했다. 이혼ㆍ별거한 여성도 1만8400여명으로 같은 기간 70%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다문화 양부모 가정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혼ㆍ별거ㆍ사별을 겪은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평균 가구 소득은 100~200만원이 53.9%, 100만원 미만이 33.4%로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약 87%가 평균 200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반면 다문화 양부모 가정의 평균 가구 소득은 200~300만원 미만이 34%으로 가장 많았고 300~400만원미만이 23.1%로 그 다음을 이었다.

한부모 가정의 수급자 비율도 14.9%로 양부모 가정의 수급자 비율인 3.4%를 훌쩍 웃돌았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만큼 삶의 만족도도 낮았다. 다문화 양부모 가정의 삶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평균 3.74점을 기록한 반면 다문화 한부모 가정은 3.01점에 그쳤다. 이들의 우울감 역시 1.71점으로 양부모 가정보다 0.26점 높아 평소 우울감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선영 글로벌 한부모회 대표는 “부부간의 나이 차이가 크거나 위험 직종에서 근무하는 배우자를 둔 다문화가정이 많기 때문에 10~20년 후에는 다문화 한부모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하루 아침에 타지에서 한부모가 된 결혼이주여성의 삶의 무게가 덜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