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적고 주정차 단속에 고충
“운전 중 소변생각땐 버틴다” 90%
서울시, 화장실 안내 앱 개발 검토
업계, 주유소 화장실 개방 등 건의

택시 운전 경력 32년의 베테랑 기사 권준태(73)씨는 몇해 전 화장실이 급하다는 손님을 종로구 중학동 옛 한국일보 빌딩 부근 공중화장실에 내려준 적이 있다. 서울 시내 공중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다 꿰고 있다는 권씨는 “그 공중화장실도 사라졌더라”며 “시내 공중화장실은 점점 줄고, 주유소 내 화장실은 자물쇠로 문을 잠가놓는 경우가 많아 화장실 이용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내 택시기사 10명 중 8명은 권씨처럼 택시 운행 도중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야시간대 또는 주정차 단속이 심한 도심에서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서울시가 지난달 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3109명을 대상으로 ‘화장실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 택시운행 중 화장실 이용 불편 경험이 ‘많다’ 또는 ‘매우 많다’는 응답자는 2444명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불편한 경험이 ‘전혀 없다’(1.8%)거나 ‘없다’(3.7%)는 5.5%에 불과했다. ‘보통이다’는 14.9%에 그쳤다.

택시 운행 중 주로 이용하는 화장실로는 복수 응답에서 거의가 주유소 화장실(89.2%)을 꼽았다. 이어 공원(18.1%), 민간건물(13.8%), 공공기관(11.4%), 지하철역(7.6%), 인근 택시회사(1.5%) 순이었다.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복수응답)으로는 가장 많은 75.7%가 ‘차량 주정차’ 문제를 들었다. 도심에서 택시를 세워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주정차 단속에 걸릴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인근 화장실 찾기 어려움’(34.6%)이 뒤를 이었다. ‘승객 탑승, 승차거부 오인’이 25.1%로 나타났다. ‘화장실 관리자 측 이용 거부’도 16.3%나 돼 야박한 화장실 인심을 드러냈다.

화장실을 찾는 방법으로는 74.6%가 ‘알고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고 답했다. ‘주변 건물을 탐색한다’(41.0%)가 두번째였다. 화장실 안내 어플(3.3%)이나 인터넷 검색(0.5%)은 미미했다.

거의 대부분인 89.6%가 ‘운전 중 소변을 참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화장실에 덜 가기 위해 평소보다 물을 적게 마신다’(64.9%)도 절반을 넘었다. 경범죄에 해당하는 ‘노상 등 화장실 이외 장소라도 급할때는 활용한 적이 있다’는 무려 73.8%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소변통을 차에 비치하고 유사 시 사용한 적이 있다’(23.5%)도 4명 중 1명 꼴로 빈번했다.

서울시는 택시기사의 화장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중 25개 자치구에 공문을 보내 24시간 주유소가 화장실을 개방할 때 화장지나 비누 등 물품 지원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늘리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는 ‘서울특별시 개방화장실 운영ㆍ지원 등을 위한 조례’에 따라 민간 개방 화장실에 대해 관리운영비를 지원, 850곳에 한달 6만~10만원씩 연간 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강남, 강서, 광진, 서대문, 성동, 동작, 서초, 양천, 마포 등 9개구가 구비로 전체 144곳의 주유소 관리운영비를 지원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유소 설치요건에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개인 시설물이고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아닌 경우 개방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주유소 등 공중화장실 개방의무, 사용제한 시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 신설 등 관련 법류 개정을 지속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 카드결제단말기나 택시 관련 어플에 화장실 찾기 앱을 추가 개발,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와이파이 등이 가능한 스마트택시 승차대에 화장실 이용장소 안내 서비스를 연내 10곳에서 시범 제공할 계획이다. 개인택시 조합 등이 참여하는 ‘공중화장실 이용 문화향상 민간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지숙 기자/js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