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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물받이 수난시대] “웃는 얼굴에 꽁초를 버리시겠습니까?…네”
-빗물받이 쓰레기투기 예방목적 ‘스마일 스티커’ 사업
-웃는 얼굴 스티커 붙여 시민의식 환기 유도했으나
-서울시, 시행 1년 만에 원점 재검토…“실효성 떨어져”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웃는 얼굴에 담배꽁초 잘 버리던데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일대의 한 상가 앞. 집게를 든 장모(61ㆍ여) 씨의 손이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빗물받이(하수구)에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서다. 장 씨는 “사나흘만 둬도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며 “장마철 비가 쏟아져도 쓰레기 때문에 배수기능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빗물받이에 붙은 ‘웃는 얼굴에 담배꽁초와 침을 뱉으시겠습니까?’ 문구의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는 시선조차 끌지 못하는 듯했다. 이 날 종로구 일대 빗물받이 30개를 살펴본 결과, 절반 이상은 쓰레기가 수북했다. 대부분 담배꽁초였으나 달걀 껍데기, 과자 봉지 등도 상당수 발견됐다.

‘원점 재검토’다. 땅에 떨어진 시민의식 앞에 바래진 서울시의 빗물받이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 지난 1년간 사업 성적표다.

[사진설명=서울 중구 무교동 일대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가 붙은 빗물받이가 쓰레기로 인해 지저분해져 있다.]

빗물받이란 도로 위 내리는 빗물을 하수관로로 흘러가게 하는 소형 배수시설을 말한다. 폭우가 쏟아질 때 침수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쓰레기로 막힌 빗물받이는 제 기능을 못한 채 폭우 시 침수를 부추길 수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는 약 47만5000개 빗물받이가 있다. 시는 작년 4월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와 중구 일대 20개 빗물받이 대상으로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 사업을 시행했다. 빗물받이 위에 노란색 캐릭터를 붙인 후 빗물받이를 활짝 웃는 입으로 보이게끔 꾸민 사업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에 따라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이끌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온갖 쓰레기 앞에 스티커는 무색했다. 시 관계자는 “효과가 좋으면 전자치구 적용 등 확대도 검토했으나, 1년을 지켜본 결과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재는 (사업을)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로는 청소예산을 늘리는 것 외엔 속수무책”이라고 설명했다.

시와 자치구는 올해 빗물받이 청소예산을 전체 79억98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작년(73억2900만원)보다 약 9.1%(6억6900만원)나 늘린 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만 고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 관계자는 “청소를 해도 일부 구간은 돌아서면 쓰레기가 차오른다”고 토로했다.

행정당국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답이라고 호소하지만, 일각에서는 가로변 쓰레기통 추가배치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작년 기준 시내 가로변 쓰레기통은 약 5640개다. 빗물받이 개수의 1.18% 수준으로, 빗물받이가 쓰레기통으로 전락하는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특히 서초구는 작년 가로변 쓰레기통이 10개에 불과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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