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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후보 찍자 vs 이번엔 바뀔것”…얼굴 붉히는 부모·자식
지지후보 홍보물 자녀에게 카톡
반박하단 말다툼 정치얘기 피해
고유영역…개인선택 존중해야


직장인 양모 씨(42)는 얼마전 어머니가 보낸 카톡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특정 대선 후보자의 사진과 함께 “어버이날 꽃도 필요 없고 선물도 필요 없다. 5월 9일 선거에 이 후보를 찍는게 선물이다”라고 적혀 있었던 것. 특정 대선 후보자 지지자들이 만든 홍보물을 어머니가 그대로 SNS로 퍼다 나른 것이었다. 어머니와는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양 씨가 이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자 어머니는 오히려 화를 냈다.

“어머니가 늘 보여준 정치 성향이 있어 누굴 찍을지 예상은 했지만 굳이 이런 걸 보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며 “이런 홍보물 사진을 보내지 말라고 한마디 했다가 서로 얼굴만 붉혔다”고 했다. 이어 “어버이날 전날 가족 저녁 식사에서도 행여나 큰소리 날까봐 대선 이야기는 일체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가 가정의 달인 5월에 치뤄지는 가운데 대선 하루 전날인 이번 어버이날의 풍경은 예년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적 성향이 서로 다른 부모와 자식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부모 표심을 노리고 만든 SNS용 홍보물 사진을 부모들이 퍼다 나르면서 자식과 부딪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중학교 선생인 고모(32ㆍ여) 씨도 얼마전 보수적인 정치 성향의 아버지와 크게 부딪칠 뻔하다 싸움을 가까스로 피했다.

진보성향인 고 씨는 “보수 정당 후보를 뽑으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상대로 ‘이번에는 정권이 바뀔 것‘이라고 한마디도 했다가 큰 일 날 뻔 했다”며 “버럭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놀라서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을 말한게 아니라 현재 여론 조사가 그렇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해 상황을 진정시켰다”고 했다.

지난해 이미 탄핵 정국으로 거리가 생긴 부모 자녀 간에 ‘정치적 골’이 더 깊어진 경우도 생기고 있다.

직장인 김명진(30) 씨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을 두고 아버지와 한번 싸운 이후로 정치적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며 “지난 주말에 대선 뉴스를 함께 보게 됐을 때도 채널을 바꾸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어느 후보 뽑을 것이냐고 물어봤지만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고선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으로 심화된 세대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개인의 선호도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우려해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선 후보 선택은 유권자로서의 고유 영역이라는 것을 부모와 자녀 모두가 인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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