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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이슈, 4차 산업혁명이 경제난 해결할까…일자리 축소로 ‘노동의 위기’ 심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우리경제의 활로를 열어줄 신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오는 9일 치러지는 19대 대선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엔 명암이 존재한다. 특히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파괴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을 넘어 ‘고용축소형 성장’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대대적인 일자리 ‘소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근로형태가 바뀌면서 전통적인 ‘노동자’의 소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똑똑한 기계’의 일자리 대체다. 단순ㆍ반복적인 노동을 하는 일자리는 이미 자동화로 기계가 대거 대체했지만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는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전문직까지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많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의 가능성과 그 힘을 여실히 보여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지난해 3월 바둑대결 모습. [헤럴드경제DB]

지금까지의 경제ㆍ사회 혁명들은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과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가져왔으나, 4차 산업혁명의 경우 이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보다 많을 것이란 진단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예측은 충격적이다. WEF는 2020년까지 세계 15개 경제권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창출되면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AI와 로봇 등이 저숙련 수작업은 물론 중숙련 지식노동까지 기계의 대체가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가 지난 3월 2차 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독일의 유럽경제연구센터(ZEW)와 미국의 컨설팅사 딜로이트 등은 기존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자동화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47%, 독일은 42%, 스위스는 48%의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한국의 경우 이들 선진국에 비해 중ㆍ저숙련 일자리가 훨씬 많아 더욱 강력한 ‘일자리 쇼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다.

일자리 감소와 함께 일자리나 고용 형태도 혁명적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정과 분리된 노동공간에서 고정된 시간에 노동하던 산업혁명 시대의 전통적 고용형태에서 프로젝트형ㆍ자기주도적 유연근무 및 재택근무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각자 맡은 악기나 역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연 때 모여 일한 후 공연이 끝나면 흩어지는 형태의 고용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의 고용형태 변화를 보면 1995~2007년에 표준근로는 9.8%, 비표준근로는 7.3% 늘었으나, 2007~2013년에는 표준근로가 2.8% 줄고 비표준 근로는 0.8% 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이 작은 업무로 세분화되고 플랫폼 경제ㆍ온 디맨드(On-demand) 방식의 일자리 혁명이 가속화하며 정규직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일자리 혁명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문제를 일부 완화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산업ㆍ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존 노동자나 노령층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세대간ㆍ계층간 경제적 격차가 더욱 심화하면서 취약계층이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이 일종의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이나 일자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없이는 노동의 미래를 밝게 만들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확충하거나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노동시간의 단축과 분배 구조의 혁신, 그리고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고루 분배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의 ‘혁명’이 필요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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