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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거벽보, 붙일 땐 ‘마음대로’인데 잘못 떼면 ‘징역’
-현행법상 사유지라도 선거벽보 붙이면 협조해야
-재산권 침해 여부 놓고 건물주들은 반발하기도
-무턱대고 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벌금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관리소장인 양모(60) 씨는 지난달 21일 건물 외벽에 붙은 선거벽보를 뗐다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붙어 있는 선거벽보를 본 양 씨는 바로 떼어냈지만, 경찰은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벽보를 허락없이 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고 고지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0일부터 전국 8만7607 곳에 대통령 선거 벽보가 설치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에만 1만146곳에 선거벽보가 설치됐는데, 이번 선거벽보는 후보만 15명에 이르는데다 안내벽보 등이 함께 붙으면서 크기가 더 커졌다. 자연스럽게 붙일만한 공간도 제한적이었다.

[사진설명=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0일부터 전국 8만7607 곳에 대통령 선거 벽보가 설치됐다. 그러나 사유지에 붙은 선거벽보를 두고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소유주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선관위의 입장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너무 큰 선거벽보 때문에 상당수 사유지에 선거벽보가 붙게 되자 이번에는 소유주와 선관위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선거벽보를 마음대로 붙이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건물주들과,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선관위의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현재 선거벽보를 붙이는 장소에 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인구를 고려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고 특정 지역에 몰리지 않도록 장소를 선정하고 있다. 각 읍ㆍ면ㆍ동사무소 직원들도 선거벽보 장소 선정에 함께한다. 불가피하게 사유지에 붙여야 할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지만, 강제규정은 아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벽보는 동 인구 1000명당 1매씩 붙이도록 규정돼 있다”며 “다른 규정은 마련된 게 없지만, 지역별 편차와 노출도, 선거벽보를 붙이기 쉬운 공간 확보 등을 고려해서 장소를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제64조에 따르면 오히려 건물 소유주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선거벽보를 붙이는 데 협조해야 한다. 선거벽보를 붙인다고 해서 이용료를 지급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양 씨의 사례처럼 자신의 건물에 붙어버린 선거벽보를 두고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의 집 앞에 붙은 선거벽보를 보고 창문을 가렸다며 떼어낸 미국인 교수가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선거벽보가 붙었다고 해서 무작정 떼어낼 수도 없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상가 관리인은 “붙일 때는 마음대로 와서 붙여놓고 떼어내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문까지 같이 붙여놨다”며 “법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3000여명의 공정선거지원단 등을 동원해 선거벽보 훼손 감시를 펼치고 있다”며 “일부 양해를 받지 못한 곳도 있지만, 정당한 이유없이 벽보를 훼손하면 중대범죄로 간주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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