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대통령선거를 여드레 앞둔 1일, 원내 5당의 대선 후보가 마주한 운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 유난히 굴곡과 파란 많은 여정이었지만 종착역을 앞에 둔 그들의 상황은 첫발을 디딘 그때의 전망을 많이 비껴나진 않았다.
문 후보의 지지자들은 대세론을 ‘어대문’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뜻이다. 지난해말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같은당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해 문 후보의 선두 자리를 끊임없이 위협했지만 문 후보의 ‘1위’는 사실상 고정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선이 끝난 4월 1주차와 2주차 한국갤럽을 비롯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오차 범위 안으로 문 후보를 추격했지만, 이후 다시 벌어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다자대결 가정시 4월 1주차엔 문 후보가 38%, 안 후보가 35%였다. 4월 2주차엔 40%대 37%였다. 4월 3주차는 41%대 31%, 4주차는 40%대 24%였다.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후보는 모든 전략이 사실상 ‘샤이 보수’에 맞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범민주진보 진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정국에서,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보수 성향 유권자층을 집중공략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보수 성향 유권자층 상당수가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 안 충남지사의 지지층으로 옮겨다녔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과국민의당의 경선이 끝난 뒤엔 안 후보로도 쏠렸다. 하지만 홍 후보는 대구ㆍ경북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 등에 유세를 집중시키고 TV토론에서는 “북한 주적” “강성노조타파” 등 안보ㆍ이념 공세를 강화하며 보수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1일 지방 7개 언론사 의뢰로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4월 29~30일 조사)에선 홍 후보는 16.6%의 지지를 얻어 문 후보 44.1%와 안 후보 21.8%의 뒤를 이었다. 안 후보와의 격차를 오차 범위 내로 바짝 좁히며 ’1강2중체제‘를 확고히 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한달 전과 비교했을 때 안 후보 지지자는 54%만이 현재에도 안 후보를 지지하고, 절반에 달하는 46%는 다른 후보로 이탈했다. 이들 이탈자 중 홍 후보로 이동한 유권자가 16.4%포인트로 가장 많았고, 이어 문 후보(13.4%포인트), 심 후보(6.3%포인트), 유 후보(5.8%포인트) 순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월 1~2주차에 최고점을 찍은 안 후보는 역전의 승부수로 김종인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안을 내놨다. 탄핵찬성세력과 패권주의세력을 제외하고 차기 정부를 공동으로 구성하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하고 2020년엔 제 7공화국을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차기 대통령의 임기는 3년으로 단축된다. 김 위원장과 안 후보가 말하는 탄핵찬성세력은 한국당 내 ‘친박’이고, 패권주의세력은 사실상 민주당 주류인 이른바 ‘친문’(親문재인)진영이다. 반 전 총장으로부터 줄곧 정치권에서 회자되던 ‘반문연대’의 틀 그대로다. 김 전 대표는 ‘반문연대론’의 한 축이었으며 한때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 등록 전 포기했다.
유 후보는 당 안팎에서 ‘단일화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은재 의원이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복귀한 데 이어 당내 일부 의원들도 들썩들썩하고 있다. 홍 후보, 안 후보를 포함하는 3자 단일화론이 계속 되면서, 총력을 다해도 모자랄 당의 지원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TV토론에서 호평을 받으며 적지 않은 유권자들의 ‘응원’까지 얻어냈지만 ‘지지’로는 이끌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심 후보는 TV토론에서의 호평을 타고 ‘승승장구’라 할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8% 안팎까지 치고 올랐다. 지난해 4ㆍ13 총선에서 수도권 최다 득표를 하면서 유행시킨 “심알찍”(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이라는 말을 스스로 입증해가고 있는 셈이다. 오는 2일 예정된 마지막 TV토론(6차)도 호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심 후보는 1일 대학로 유세에서 “될 사람 밀어주자며 대세에 편승한 표, 저는 이게 진짜 사표라고 생각한다”며“(유권자)여러분들이 홍준표 후보만 제대로 이겨주시면, 제가 안철수 후보 이기고, 심상정 대 문재인 구도 1주일 안에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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