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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음공화국 ①] “공원 옆에 사니 좋겠다고?…글쎄요”
-봄ㆍ가을철 공원 야외행사 늘어 소음민원 빗발
-확성기ㆍ노래행사 등…대선 겹쳐 피해 증폭돼
-자치구 “관련 법 규정 없어 직접적인 단속 불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고수연(40ㆍ여) 씨는 주말 아침만 되면 두통이 생긴다. 집과 약 500m 떨어진 공원에서 매주 열리는 행사가 원인이다. 귀 안에서 울리는 확성기 소리, 사람들의 노랫소리 등을 듣다보면 늦잠을 자고싶은 마음도 확 달아난다. 베란다 문을 닫고 신경안정제 약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공원 소음에 질린 그는 이제 주말 오전 시간에는 근처 카페로 피신한다. 고 씨는 “일주일 한 번 쉬는 주말에도 소음 스트레스로 보내고 있다”며 “공원이 공공시설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해도 너무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각종 야외행사에 잦은 봄철, 대선기간까지 겹친 지금 상황에서 크고 작은 공원 근처에 사는 시민들은 수심이 가득하다. 공원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음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경의선 숲길 일대에 걸린 플래카드  이원율기자]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공원에서 이뤄지는 야외행사 가운데 60~70% 이상은 봄 가을에 개최된다. 실제 152개로 서울 첫 번째로 공원이 많은 강서구는 봄(4ㆍ5월), 가을(10ㆍ11월) 간 87개 공원 내 행사를 허가했다. 전체(115개) 대비 75.65%가 쏠린 셈이다. 도심지인 중구도 공원 내 행사 중 75.00%가 봄, 가을에 진행됐다. 집계되지 않은 소규모 행사를 더하면 그 수는 배 이상 늘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형공원을 뺀 시내 공원 대부분은 주택ㆍ아파트가에 있다. 유독 공원에서 일어나는 소음이 시민 일상을 고스란히 침투하는 이유다. 민원도 빗발친다. 서울시의 연도별 소음민원을 보면 작년 확성기로 인해 소음피해를 호소한 건은 전체 2784건에 달한다. 확성기는 공원 행사 진행 간 빼놓을 수 없는 도구다. 이어 2014년 2774건, 2015년 2973건 등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음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주최 측에 항의해도 도리어 적반하장일 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용산구에 사는 강모(28) 씨는 “일부 단체가 집 앞 어린이공원에서 매번 노래 행사를 열어 항의에 나선 일이 있다”며 “‘당신이 살기 훨씬 전부터 하던 행사니 힘들면 당신이 떠나야 된다’란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내달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도 이들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다. 유세활동 또한 대다수가 공원 일대에서 이뤄져서다. 강남구에 사는 조모(30ㆍ여) 씨는 “행사 소음만큼 악질적인 것이 유세 소음”이라며 “따뜻한 날씨에 대선 기간도 겹치니 공원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법적근거가 없어 무작정 규제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는 상업적 성격이 아닌 공공적 성격을 띄는 공원 내 축제, 행사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제재할 수단이 없다. 구체적인 소음 데시벨(㏈) 규정도 미비하다.

자치구 관계자는 “수익성 추구 목적이 아니라면 대부분 공공 행사로 취급한다”며 “민원을 받으면 주최 측에 확성기 소리크기 등을 낮춰달라고 당부하긴 하나,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수십곳 공원에서 열리는 행사 간 소음을 모두 관리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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