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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살균제 수사 1년] 6년만에 책임자 줄줄이 실형…배상은 아직 진행중
-신현우 전 대표 징역 7년…檢 구형량 못미쳐
-피해자들 “솜방망이 처벌” 불만…항소심 주시
-法, 제조사 배상책임 첫 인정…국가는 제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제조ㆍ판매 책임자들은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줄줄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제조사를 위해 거짓 보고서를 써준 교수들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제조사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의 첫 판단도 나왔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19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항소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특별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나선 검찰은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안전성 검증 없이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제조ㆍ판매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 광고까지 한 점을 규명해 주요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웠다.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이사는 올 1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처음 알려진 2011년 8월 이후 6년여 만에 법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안전을 경시해 결코 회복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다”며 신 전 대표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인정했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이 소비자들을 속이고 제품을 판매해 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도 제품을 팔아 판매대금을 편취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기의 고의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과 신 전 대표 측은 모두 1심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제품 반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신 전 대표에 이어 옥시 최고경영자를 지낸 존 리 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된 점에 대해선 “황당한 판결”이라면서 “검찰이 옥시의 외국인 임원과 영국 본사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결과”라며 검찰과 법원을 모두 비판했다.

민사사건에서도 제조업체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폐손상에 따른 사망 및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제조업체 세퓨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최모 씨 등 4명에게 1억원, 이모 씨에게 4000만원 등 10명에게 총 5억4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배상액이다. 게다가 세퓨는 이미 파산상태여서 실질적으로 아무런 피해배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로 옥시의 은폐 사실이 드러났고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문제가 상당 부분 확인됐는데도 또 다시 국가에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일부 민사사건의 경우 재판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옥시가 변호인들은 배제하고 피해자들과 배상액을 놓고 개별 접촉 중이어서 법원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옥시 측이 협상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올 3월까지 5531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가 들어왔고, 이 중 사망자는 1168명(21.1%)”이라고 발표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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