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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安 중소기업 정책 비교] “4차산업 정부가 주도”…대기업 규제 나선 文
대기업을 ‘惡’으로 인식…반발 부를듯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곧 경제 활성화 비책이다.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빼놓고서 일자리 창출이나 가계소득 증대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래서 역대 대선후보들은 모두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하며 각종 지원 공약을 발표했다. 박근혜정부도 집권 2년차 동안 11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중소기업 우대 정책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2.3%가 “지난 4년간의 경제정책이 불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물량공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선 정국의 양강으로 떠오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중소기업 공약에 경제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과연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을 살리며 ‘상생시대’를 열 인물은 누구인가. 두 후보 중소기업 공약의 방향성과 실행 주체의 차이점을 분석해봤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은 ‘큰 정부’다. 그가 그리는 미래 경제 생태계의 컨트롤 타워부터 그렇다. 문 후보는 최근 중소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미래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교육과학기술부, 중소기업청 등에 산재한 중소기업 업무를 통합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을 진두지휘하는 ‘기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특히 “현재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은 법안을 발의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에 막강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할 계획임을 암시했다. 정부 조직개편을 앞세워 공약의 파급력을 높인 셈이다.


문 후보는 먼저 일자리 창출ㆍ중소기업 고용안정 방안으로 ‘추가고용지원제도’를 약속했다.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면, 3번째 채용직원의 임금 전액을 정부가 3년 동안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지원 규모는 1년에 5만명씩 3년간 총 15만명 규모다. 문 후보는 또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 규모를 임기 내에 2배로 늘리고, 현재 2550억원 수준(중소기업진흥공단 재도약지원자금 예산 기준)인 재창업 지원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이 외에 ▷약속어음제도 및 연대보증제 폐지 ▷개인 파산 및 회생절차 신속화(특례법 재정) ▷창업자의 사업상 개인채무 및 연대보증 채무 조정 ▷신(新)산업분야에 대한 우선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재벌의 갑질을 뿌리 뽑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신설해 재벌의 횡포를 조사하고, 현재보다 3배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도 공언했다. 하지만 대기업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듯한 문 후보의 이분법적 인식은 시장의 반발을 낳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현재 수준까지 성장한 데에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기술 혁신과 해외 시장 개척 노력이 한몫 했다”며 “중소기업이 선(善)이고 대기업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청년고용 지원 등에 쓸 역대 최대급 중소기업 지원용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문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초봉을 대기업(3800만원 수준)의 절반인 2000만원으로 계산해도 추가고용지원제도 시행 1년차에만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R&D 예산(2015년 2조 8000억원) 2배 증액에 필요한 추가 재원 역시 3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부 신설 등 업계의 숙원이 공약에 반영됐다”면서도 “적절한 재원 마련 방안과 업무 이관 대상 부처의 반발 최소화 방안 등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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