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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끼줍쇼’, 어떻게 성공한 예능이 됐나?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JTBC ‘한끼줍쇼’는 시작할 때만 해도 성공을 점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대세예능 분위기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벨을 누르면 집주인으로부터 “그런데요”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간혹 “고생하세요” “따뜻한 예능이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반인들도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끼줍쇼’의 구성은 지극히 단순하다. 10분만 보면 프로그램의 룰은 100% 파악된다. ‘한끼줍쇼‘는 이경규 강호동이라는 두 MC가 프로그램을 주도할 수 없다. 성공과 실패를 정하는 주체가 동네 가정집 주인들이다. 그런 점에서 다큐멘터리(食큐멘터리)에 가깝다.

어려울 때는 어려운 걸 그대로 보여주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젊은이들이 취직이 안되고, 과장 부장은 명예퇴직의 압박을 받는 직장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다. 사무실에서 사랑타령을 하면 안된다. 직장은 치열한 생존 공간이며 이를 어떻게 적응, 타개해나갈지에 방점이 찍힌다.

마찬가지로 ‘한끼줍쇼’도 어려운 현실을 묘하게 반영한다. 사람들마다 사정이 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의 방문에 선뜻 밥을 내주며(집 공개는 기본) ‘이런 얘기, 저런 얘기(This Story, Another Story)‘를 나누기는 쉽지않다.

이경규와 강호동은 거절을 당하는 게 예사다. 두 사람만 당하면 식상하니까, 게스트(밥동무)들도 와서 고생 하는 걸 보여준다. 성유리가 한 번 시도만에 들어갔지만, 밥 얻어 먹기에 실패해 편의점도 2번이나 갔다. 그러다 한끼를 허용하면 시민들의 저녁 속으로 들어가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이 정도가 작위성이 개입되지 않은 힐링이다.

‘한끼줍쇼‘가 동네와 골목을 계속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신선하다. 나는 어릴 때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동네밖에 나가 있었다. 요즘은 길에 나와 있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도 노는 시간에 놀이터에만 있다. 그런 점에서 ‘한끼줍쇼’는 우리네 삶에서 사라져가가고 있는 동네와 골목이라는 공간을 복원해준다는 의미도 있다.

‘한끼줍쇼’는 의외성이 강해 오프닝을 제외하고는 미리 대본을 준비할 수 없다. 길을 걸어가며 초인종을 누르면서 전개되는 상황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제작진이 “00동에 가서 저녁 밥 한끼 얻어먹어라”라는 미션만 주는 건 아니다. 작가진은 사전답사를 한다. 세밀하게 관찰하여 동네를 선정하고, 촬영 동선도 파악한다고 한다.

‘한끼줍쇼’의 신여진 메인작가는 월간 방송작가 4월호 인터뷰에서 “도둑이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기 전에 미리 가본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이 작업을 도상훈련이라고 하는데, 동네를 미리 가보고 몇 집이나 문이 열려 있는지, 동네 사람들은 많이 나와 계신지, 사는 분들의 연령대는 어떠하며 몇 시쯤 집에 불이 켜지는 지 파악하죠”라면서 ”혜리가 게스트로 출연할 때까지 쌍문동을 두고 기다리고, 혜화동도 연극하는 분들이 게스트로 올 때까지 묵혀두고 있고요. 계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하죠. 우연처럼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을 위해 우연의 다리를 놓는 게 작가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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