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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체발광 오피스’ 매력은…할말 다하는 슈퍼乙의 ‘사이다멘트’
-학자금에 집세…먹고 살려고 지원했죠
-근성여부 이력서 몇줄로 어떻게 알죠?
-아저씨는 회사에 인생을 걸고 다녀요?


오피스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직장인 얘기가 주류다. 그만큼 직장이 요즘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첨예한 공간이라는 뜻이다.

‘김과장’과 ‘자체발광 오피스’는 거의 회사 이야기이고, ‘힘쎈 여자 도봉순’ ‘초인가족 2017’ ‘아버지가 이상해’도 직장 생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대부분은 갑 대 을, 정규직 대 비정규직, CEO(경영진) 대 사원의 구도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오피스 드라마마다 각자의 포인트가 있다. ‘김과장’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며 회사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CEO(박영규)를 경리부 과장(남궁민) 등 부원들이 응징하는 사이다 드라마이며, ‘힘쎈 여자 도봉순’은 억울하게 당하는 여성들을 구해주며 자신은 게임회사 CEO 대표(박형식)의 경호원에서 꿈에도 그리던 기획개발실로 옮기며 그 CEO와 사랑까지 한다.



요즘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는 ‘자체발광 오피스’는 가구회사 하우라인의 계약직 신입사원 은호원(고아성)이 기존 오피스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캐릭터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불쌍하고 안쓰러울 정도로 고군분투하는 계약직 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말을 할 때는 취준생들이 진짜 직장 채용 담당자나 사회에 하고 싶은 말들을 그대로 한다. 작가가 취준생에게 설문조사나 깊은 취재를 통해 대사를 썼거나 취준생 마음속에 쏙 들어가 있거나 둘 중 하나로 보일 정도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미생’과도 다르다. 둘 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무실을 그려낸 것은 공통점이다. 장그래는 뭘해도 짠한 반면 은호원은 안쓰럽기는 해도 반격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고, 이게 은근히 기대가 된다. 은호원은 일반직원이 하지 못하는 말을 시원하게 해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자체발광~’이 “깨지고 있다던 유리천장은 방탄유리였구나”와 같은 대사 처럼 사무실에서의 여성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건드리는 것도 ‘미생’과 다른 점이다.

은호원은 회사 지원동기를 묻는 면접관에게 “몰라서 물어요? 학자금 대출에 집세도 내야하고 먹고 살기 힘드니까 왔지! 먹고 살려고 지원했습니다”라고 말하고, 면접관이 “회사에 인생을 걸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하자 “아저씨들은 회사에 인생을 걸고 다녀요?”라고 말해 ‘은폭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 왜 이렇게 시원하지? 속만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고아성의 이런 말 자체가 유머로 기능한다.

이밖에도 “누군 부자로 안 태어나고 싶어서 안 태어났냐! 누군 취직 안 하고 싶어서 그랬냐” “생각없고 근성 없는 사람인지 그깟 이력 몇 줄로 어떻게 다 아세요?” “몰라서 그랬으면 가르쳐주면 되잖아. 가르쳐 주시면 잘 할 수 있다. 쓸모 없는 사람이 아니다” 등등 가슴에 꽂히는 대사들이 많다. 이 대사들은 당사자에게 직접 하거나 또는 상상신으로 처리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폭풍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사무실의 부조리와 계약직의 열악한 실태에 대한 공감에다 고아성의 사이다성 발언으로 더욱 활기를 찾고 있다.

꼬부리 이용재 대리(오대환 분)가 계약직 3인방에게 가구 판매를 지시하자 “대리님 생각입니까, 아니면 과장님, 부장님 생각입니까? 저는 못하겠는데요 이건 부당한 거 아닙니까? 저희를 정규직 입사를 미끼로 이용하시려는 거 아닙니까?”라고 당당하게 맞선다,

하우라인이 대학생 선호도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해 직원들의 언론 인터뷰가 방송을 타면서 부장이 상사와 부하들이 가족처럼 지낸다는 등 회사의 화목성을 강조하는 인터뷰를 하자, 은호원은 “저 분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인터뷰한다.

계약직 3인방 은호원-장강호(이호원)-도기택(이동휘)의 사내 존재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도 흥미요소다. 이는 ‘은폭탄’ 호원의 활약과 기택, 강호의 회사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한 곳으로 모이며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아성은 깐깐한 서우진 부장(하석진)과 러브 라인까지 그리고 있다. 사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소문이 나자 서우진 부장은 의도적으로 호원에게 호통을 치는 등 호원을 멀리했다. 이 사정을 알 리 없는 호원은 ‘츤데레’ 서우진 부장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설렘지수를 높였다. 호원이 시한부라는 사실은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고아성의 러브라인도 좋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사이다 멘트는 앞으로도 쭉 기대가 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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