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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 4차 산업혁명, 기업 협력·정부 중재 조화를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를 넘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실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인공지능이나 로봇제어 같은 핵심 기술의 파급력까지 의심하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려면 기존 기업과 신규 기술 기업간 협력과 함께 정부의 산업 가이드라인을 시대 변화에 맞춰 조율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사례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처럼 비교적 익숙한 기술과 함께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이란 생소한 개념도 부각되고 있다. 간략히 말하면 현실을 가상 공간에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로, 차량 내비게이션을 떠올리면 쉽다. 현실의 도로와 지형을 화면에 가상으로 표시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제시하는 기초 단계의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술들은 개별적으로 사용되기 보다 긴밀히 연결되었을때 활용가치가 극대화된다. 수집한 빅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이 학습 결과를 토대로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 현실을 정교히 시뮬레이션하며 솔루션을 제시하는 식이다. 아직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내비게이션이 교통정보를 수집해 실시간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방식과 개념상 동일하다. 이 체계가 발전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나 ‘스마트팩토리’의 근간이 됐다.

이런 신기술 혜택을 산업계 전반이 누리기 위해서는 제조, 유통, 서비스 등 기존 업계에 속한 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간 협업이 필요하다. 1차 산업혁명 시절 방직회사와 증기기관 제조회사가 거래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정보 보안이 기업 생존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제조기업이 설계도면을 도난 당하거나 유통기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기업 존폐가 위태로울 정도다. 하지만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나 인공지능 등을 도입하려면 해당기업의 데이터가 가능한 완전한 형태로 필요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기업은 기밀 유출이나 위법성 때문에 섣불리 데이터를 줄 수 없고, 충분한 데이터 없이는 ‘산업혁명’ 수준에 걸맞은 효과를 낼 수도 없다.

대형 기업들은 원천 기술 기업을 사 모으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구글이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알파고를 만든 게 대표 사례다. 이렇게 되면 일부 여력있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을 독차지 하게 되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 속도나 범위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 역할이 대두되는 지점이다. 시장 중재자로서 기존 산업군 기업과 원천 기술 기업 간 합리적 거래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제도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춰 데이터의 유연한 활용을 염두에 둔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서구사회는 수백년이 걸린 그간의 산업혁명을 한국은 짧은 시간 안에 뚫고 지나왔다. 지금 눈 앞에 다가온 새로운 물결도 우리 민간이 가진 에너지와 정부의 합리적인 중재를 통해 원활히 넘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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