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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주차 견인 딜레마 ①] “흠집 조금만 나도…” 고급 외제차 견인 골머리
-견인차기사 “배상 등 배보다 배꼽”
-파손 가능성 높아 보험료 눈덩이
-일부 “기존 흠집까지 배상” 억지

[헤럴드경제=원호연ㆍ홍담영 기자] 최근 외제차 등록대수가 연간 22만대를 넘어서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4륜구동 차량 역시 각 차량 메이커들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 고급 차량이 늘어날수록 불법주차 차량을 견인하는 견인 기사들은 차량 파손과 보험료 할증, 차주들과의 실랑이로 골치를 썩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시내 지자체로부터 불법주차 차량 견인을 위탁받은 견인업체의 기사 정모(52)씨는 최근 자신이 견인한 차량 차주와 차량 흠집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서까지 가야 했다. 차량에 난 흠집형태가 이번 견인 때 생긴 흠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견인 중에 생긴 것 아니냐”며 항의한 데 대해 흥분한 것이 탈이었다. 

외제차나 4륜구동 등 고급 차량이 늘어나면서 견인차 기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이들 차량은 견인 도중 파손되면 배상 비용이 커 ’배보다 배꼽’이라는 게 견인 기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 한 견인 차량 보관소에 보관돼 있는 불법 주차 차량들. [사진=홍담영 기자/kula@heraldcorp.com]

이 씨는 차량 흠집이나 고장을 이유로 불법 주차 차량의 차주로부터 항의를 받는 기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기사들은 모닝, 에쿠스, BMW가 나란히 불법주차 돼 있으면 당연히 모닝부터 견인한다“고 했다. “비싼 차량은 흠집이 조금만 나도 배상비용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것. 차량 파손에 대비해 보험을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보험처리를 해도 절반은 기사가 내라고 해서 외제 차나 4륜구동 등 문제가 커지는 차는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불법 주차를 한 차주들은 과태료에 견인료 등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 차량에 흠집이 있으면 견인 기사나 업체에 따지기 쉽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견인되는 차량은 일정 부분이 공중에 뜨기 때문에 긁힐 경우 위에서 아래로 흠집이 나지 가로로 흠집이 나지 않는다는 게 견인업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긁힌지 얼마 안 된 흠집의 경우 페인트가 일어나 있고 시간이 지난 흠집은 변색돼 있어 식별이 가능하지만 이같은 차이를 모르는 차주들은 모든 흠집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인직 선진렉카 대표는 “견인 기사들이 견인 전 사진을 꼼꼼히 찍어 두지만 사람인 이상 빠뜨리는 부분이 나온다”며 “결국 이런 경우 보험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급 외제차를 잘못 견인해 배상을 해주게 되면 보험료가 급격히 할증되기도 한다.

외제차 견인을 꺼리는 것은 비단 비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견인되는 차량의 차체 높이가 낮거나 앞 범퍼 쪽을 개조해 지면으로부터 5㎝의 간격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 견인 장비에 의한 훼손이 일어나기 쉬운데 외제차량이나 고가의 차량일 수록 차고가 낮고 튜닝이 돼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게가 많이 나가는 고급 차량들은 견인할 때 견인차량의 브레이크가 밀리는 경우가 많아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피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4륜구동 차량도 견인 기사들의 고충을 가중시킨다. 4륜구동 차량은 앞바퀴나 뒷바퀴 쪽에만 견인 장비를 장착할 경우 구동계가 파손되기 때문에 ‘돌리’라고 불리는 4개의 보조 바퀴를 모두 일일이 설치하거나 특수견인 차량을 사용해야 한다. 견인 기사들은 “돌리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3개만 내려도 탈진할 지경”이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김인국 서울시견인협회장은 “외제차만 봐주냐는 민원 탓에 협회 차원에서 시의회나 각 구의회에 외제차 견인 수치를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면서도 “대형차량이 더 견인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므로 서울시에 소형ㆍ중형ㆍ대형으로 나눠서 견인 요금 체계를 세분화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견인과정에서의 파손은 업체에 책임이 없다. 불법 주차를 차주의 잘못이므로 견인 중 파손은 차주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대신 견인 보관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보관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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