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한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간에 대선후보 단일화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유승민 의원 모두 경선과정에서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만큼 두 사람이 대선후보가 되면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지만, 양측 모두 후보 선출 이후 기싸움을 통해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후보는 유승민 후보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바른정당 전체가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을 요구하는 등 기선제압에 나섰다.
홍 지사는 1일 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수정당이 분열된 원인이 대통령 탄핵이었는데 대통령이 파면돼 구속됐으니 이제 그 원인이 없어졌다”며 “자연적으로 분가한 분들이 돌아오는 것이 통합의 길”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를 겨냥해서는 “한 당인데 무슨 후보가 둘이냐”면서 “조건을 거는 것은 옹졸하다. 조건 없이 돌아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박(친박근혜) 청산 요구도 “쫓아낼 당헌ㆍ당규가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홍 후보의 백기투항 요구에 바른정당과 유 후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 후보는 1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은 전혀 바뀐 게 없고, 그쪽 대선후보로 뽑힌 분은 출마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거친 설전이 오가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유 후보는 홍 후보가 아직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임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되더라도 법원에 재판받으러 가야 한다”고 비판했고, 홍 의원은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 것이 TK(대구ㆍ경북) 정서”라며 되받았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가장 아픈 부분을 서슴없이 건드리며 난타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 같은 공방을 두고 앞으로 있을 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으로 보는 시각과 실제로 단일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해석하는 시각이 상존한다.
기싸움으로 해석하는 쪽은 주로 한국당 인사들이다. 이들은 야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대선 정국에서 단일화 없이는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바른정당은 사실상 단일화가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친박 청산 등 한국당의 변화를 전제하지 않은 단일화는 바른정당분당의 명분을 부인하는 셈이어서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층을 여론조사와 현장으로 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더 시급하다. 이를 통해 구 야권의 대선주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지지율을 회복한 뒤에야 최소한의 단일화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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