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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시대를 마감하며…

“Park Out”

전주곡이었다.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하는 미국 CNN의 한마디 촌평. 어떤 국민은 부끄러워했고, 어떤 국민은 감격해 했다. 31일 ‘박근혜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세번째 사례. 어떤 국민은 몸서리를 쳤고, 어떤 국민은 박수를 쳤다. 

외신 조롱거리…추락하는 국격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은 오점으로 남게 됐다. 국민을 양분시켰고, 제왕적 대통령의 전횡, 국가주도 산업화 시대로의 회귀, 시스템이 아닌 인맥에 의존한 관리 등 온갖 문제를 드러냈다. 그리고 추락했다. 새 시대를 여는 과제는 온전히 남은 자들의 몫이 됐다.

추락한 국격(國格)=‘박근혜 시대’의 종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반쪽으로 정확히 나뉘어 있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명백하다. ‘국격의 추락’. 세계 10위권 경제선진국 한국은 여염집 아낙네에 의해 국정이 농단되는 정치후진국으로 추락했다. 최첨단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은 샤머니즘에 빠진 문화후진국이 됐다. 세계적 기업을 여럿 배출한 기업강국 한국은 이제 대통령과 관료들이 나서 기업들을 좌지우지하는 부패강국으로 비춰지게 됐다.

조롱 섞인 투로 전하는 외신들은 적나라하다. 31일 박 전 대통령 구속 사실을 전한 워싱턴포스트(WP)는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 공주(political princess)”로 표현했다. 그러곤 “박 전 대통령이 70제곱피트(6.56㎡)의 독방에서 지내며 한 끼에 1.3달러(한화 약 1440원)짜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비꼬듯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자 탄핵으로 파면된 첫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였던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며 박 전 대통령을 일관되게 ‘미즈 박(Ms. Park)’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인기없는 ‘슈뢰더 성공’ 되새겨야

앞서 일본 언론들은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 등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으로 표현한 삽화를 보도하며 추락한 한국의 국격을 만천하에 알렸다.

발목잡힌 경제=‘대통령 부재’라는 국가위기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통상 공세 등에 직면해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청와대만 쳐다보던, 그리고 이제 차기권력만 쳐다보는 정부 부처들이 일찌감치 일손을 놓으면서 익히 예상됐던 일이다.

기업들은 더욱 움추려들고 있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이미 최고기업 삼성의 총수가 구속됐고, SK, 롯데 등 여타 대기업에 대한 추가 수사도 길목을 지키고 있다. 이들 기업의 총수들도 출국금지로 발이 묶여 국제적 인수합병(M&A) 경쟁 등에서 밀리는 기세가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조정세라는 파격적 개념을 도입해 친(親)기업 법인세제 개편에 나서고 있는 미국이나, 아베 신조 총리가 벌써 수년째 ‘돈풀기’를 주도하며(아베노믹스) 호황을 이끌고 있는 일본 등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박근혜 시대’를 보내며= 최근 만난 한 단체장은 “박 전 대통령을 자주 만난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많이 놀랐고, 이제 적잖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정확하게 반쪽으로 갈라놓은 게 가장 큰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는 물론 경제문제에까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면 소통과 진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주식회사’ 끝내자

이제 경제정책 프레임도 바뀌어야 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19대 대선주자들에게 전한 제언집에는 “과거의 성장공식인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연했던, 국가주도 산업화 시대의 폐해를 정확히 지적하는 내용이다. 기업들도 정부지원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Park Out에서 People In으로

차기 대통령은 독일 슈뢰더 전 총리의 ‘인기없는 성공’ 사례를 새겨들을만 하다. 자신의 지지층인 노조에 메스를 가한 슈뢰더는 이 개혁으로 결국 3년 만에 낙마했지만, 독일 경제는 이 개혁에 힘입어 유럽 최고의 경제강국으로 거듭났다.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오직 국익을 위해 일하라는 교훈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볼 ‘개헌’은 시대적 과제다. 30년 된 옷을 갈아 입을 때다. 차기정권은 민의를 모아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결국 다시 국민들의 몫이다. 새 권력이 들어설 한국에 대해 이런 외신이 타전되길 기대한다. “People In”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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