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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의 프레임 전쟁, ‘反文을 지워라’
- 김종인, ‘문 vs 반문’ → ‘통합 vs 반통합’
- 국민의당, 민주당 경선도 주도권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현 19대 대선 구도의 중심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문 전 대표와 경쟁하려는 세력은 자연스레 반문(反文), 비문(非文)으로 규정된다. 문재인이냐 아니냐를 선택하게 하는, 문 전 대표 주도의 대선 프레임이다.

최근 정치권 곳곳에선 ‘문재인 지우기’, 정확히는 ‘반문 지우기’가 한창이다. 반문세력이란 틀 내에선 명분도 주도권도 챙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체’는 같아도 ‘포장’에 따라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그게 프레임이다. 


반문세력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건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소위 ‘제3지대’다. 정작 이들은 반문세력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0일 라디오에 출연, “비문연대 같은 얘기는 할 필요 없고 통합정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ㆍJTBC 전 회장도 최근 “어떤 개인을 반대해 연대하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 밝혔다. 김 전 대표 측근인 최명길 의원은 31일 “김 전 대표도 홍 전 회장도 모두 비문ㆍ반문연대란 표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문 전 대표가 연대해서 물리쳐야 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 전 대표는 통합정부를 앞세우며 문 전 대표를 ‘반(反)통합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 vs 반문’이 아닌, ‘통합 vs 반통합’으로의 프레임 전환이다. 무언가에 반대하는 ‘반(反)의 세력’은 어원부터 방어적이다. 김 전 대표가 만들려는 새 프레임에선 문 전 대표가 ‘반’의 진영이 된다. 문 전 대표의 개헌 의지를 겨냥하는 ‘개헌 vs 반개헌’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당은 ‘문 vs 반문’ 대신 ‘문재인 vs 안철수’ 구도를 강조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반대하는 세력이 아닌,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 본연의 세력이란 의미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정국 초기부터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최근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국민의당은 크게 고무됐다.

민주당 경선에서도 문 전 대표로부터 주도권을 뺏어오려는 프레임 대결이 치열하다. 문 전 대표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로 표현되는 ‘대세론’을 강조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문재인이냐 아니냐’ 구도의 연장선이다. 이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통합 vs 반통합’을, 이재명 성남시장은 ‘개혁 vs 반개혁’을 앞세워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반문이란 구도는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설령 실체가 같더라도 통합 등 다른 가치를 강조하며 ‘포지티브 전략’으로 전환해야만 국민적 지지나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공학적인 프레임 경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히 반문연대를 부인한 김 전 대표의 최근 발언과 관련, “사실상 늘 반문 정서를 강조해왔으면서 이제 와 이를 부정하는 건 정치공학적 측면이 강하다”며 “자기존재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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