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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조선 최종 부담자는 산은? 국민?
구조조정 대주주 감자 일반화
과거 동부·현대 등도 사재 출연
채권단 산은도 감자요구 ‘부메랑’
“국책銀 재산은 국민의 것”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감자는 채권단의 단골 요구였다. 특히 국책은행 중심의 채권단일 수록 국민부담을 명분으로 사재출연 압박이 높았다.

2014년 동부제철 구조조정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 사재출연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채권단은 김 회장이 보유주식에 대한 100대 1 감자로 경영권을 포기하자 총 6000억 원대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왼쪽부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자율협약이 개시되기 전 선제적으로 채권단과의 협의를 진행해 사재 300억원을 출연했다. 산은 등 채권단은 현 회장의 이러한 의지에 화답해 구조조정 수위를 신속하게 논의했고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단계에서부터 사재출연을 놓고 산은 등 채권단과 신경전을 이어갔다. 과거 한진그룹 차원에서 1조원 가량 지원을 해왔기 때문에 사재출연을 포함해 추가지원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거부했고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뒤늦게 조 회장은 사재 4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채권단은 추가 지원을 거부했고 한진해운은 결국 올해 2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기업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주주의 강력한 회생 의지를 표출하는 수단인 동시에 동정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일부 사재를 출연하면서 채권단에 넘겼던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재출연‘ 압박의 주체였던 산업은행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대우조선에 대한 출자전환 요구를 받은 채권자들이 산은의 추가 감자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지난 해말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2조8000억원 출자전환 덕분에 대우조선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2016년말 자본금은 3329억원, 자본총계는 6594억원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추가 산은이 추가감자를 한 후 출자전환을 하면 주식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반면 산은 등은 출자전환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는데, 다시 감자를 한다면 이중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산은은 “출자전환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있다. 이미 과거에 약 6000만주를 전량 소각했고 유상증자 때 취득한 주식도 일반 주주와 같이 10 대 1로 감자했기에 충분히 대주주의 역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국책은행의 재산이 결국 국민의 자산임을 감안할 때 민간 채권자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불합리하게 추가희생 당하게 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런데 사재출연에 집착하던 산은이 곤란한 것은 대우조선 뿐 아니다.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약정서 조항의 해석과 관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소송전이 예고되면서 우선매수권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매수권으로 인해 정상화된 기업을 제값을 받고 팔기 더 어려운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산은 등 채권단은 여전히 금호아시아나그룹 정상화에 투입한 돈이 회수한 돈을 크게 웃돌고 있다. 

장필수 기자/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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