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채우면 비고, 비우면 차고…김호득 개인전
장충동 파라다이스 집, ‘차고, 비고’展
먹과 한지의 다양한 변주…경건한 울림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가로 264, 세로 190센치의 거대한 한지엔 붓 자국이 빼곡하다. 중간 중간 먹이 스미지 못한 흰 바탕이 오히려 주인공처럼 보인다. 붓 자국은 결을 이루며 화면 전체에 흐름을 만든다. 깊은 밤하늘 같기도 하고, 밤 바다의 파도와 오징어잡이 배 인가 싶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화가 김호득(67)의 개인전이 열린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사장 최윤정)은 오는 30일부터 6월 17일까지 서울 장충동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 집(Paradise ZIP)’에서 김호득 작가의 ‘김호득.ZIP-차고, 비고’전을 개최한다. 파라다이스집은 최근까지 ‘풀향기’라는 한식당으로 사용되던 80년 넘은 양옥주택이다. 승효상 건축가가 리모델링해 지난해 9월 개관한 이래 전시, 공연 등을 선보이는 문화공간으로 사용된다. 벽돌, 타일, 바닥, 계단 등 공간 내부가 전부 흰색으로 칠해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김호득, <흔들림, 문득-사이>, 한지에 수묵, 264×190㎝, 2017. [사진제공=파라다이스문화재단]
김호득, <차고, 비고>, 한지 액자, 70×75.7㎝, 2017. [사진제공=파라다이스문화재단]

“공간이 워낙 특이해서, 이기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어울리도록 작품을 고르고 배치했는데…내가 진 것 같아”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특유의 웃음과 함께 소감을 밝혔다.

하얀 공간은 먹과 한지를 만나 다양한 변주를 이룬다. 1층에 걸린 대형 한지작품 세 점은 액자가 없이 종이 형태로 벽에 걸렸다. 벽에서 튀어나온 구조물에 배치한 형식이다. 프레임 없이 걸린 한지 작품은 관람객이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자연스런 바람을 타고 일렁인다. 이른바 ‘누드 회화’다.

김호득, <흔들림, 문득-공간을 느끼다>, 먹 물수조에 흰 실, 2017. [사진제공=파라다이스문화재단]
<흔들림, 문득-공간을 느끼다> 흰 실 클로즈업. [사진제공=파라다이스문화재단]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엔 창을 막은 판지 옆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한지액자가 걸렸다. 새하얀 판지가 여백을 한껏 강조한 작품처럼 보여, 깨끗한 한지를 배치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벼루모양의 대형 구조물엔 먹물이 담고, 천정엔 가느다란 목실을 연결했다. 창 밖 풍경과 어우러져, 경건한 느낌마저 든다.

작가는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채운 곳이 비어 보이고, 비어 있던 곳이 도드라진 실체처럼 보이는 역설적 상황을 작품에 표현하려 했다”며 “채울수록 공허해지거나 비울수록 꽉 차오르는 순간을 저마다 경험으로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17일까지.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