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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탐구 문재인 SWOT] ‘대세론’ 文, 패권주의 이미지 넘어서야
-부실 인사검증 극복도 과제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전문가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 인지도를 호감도로 바꾸고, 지지율을 당 수준까지 끌려올리는 것이 ‘대세론’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 캠프 구성과 자문그룹을 향한 부실 인사검증 비판과 패권주의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내부적인 강점(strenght)과 약점(weakness), 외부환경에서 기인하는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요소로 나누는 기업 평가 방법인 SWOT에 대입해 대선주자로서의 문 전 대표를 분석해 봤다.

▶강점(S) =문 전 대표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적 인지도다.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경남 남해에 사는 할머니에게 ‘문재인’ 세 글자만 말해도 누군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수준의 인지도를 갖춰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지난달 2일 경남 남해 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할머니는 문 전 대표가 “저 알아보겠느냐”고 묻자 “대통령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세론’은 이 같은 인지도에서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문 전 대표는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면서 유력주자로 자리매김했다”면서 “대세론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경쟁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20~30대 유권자와 군(郡) 단위 이하 지역에서 여전히 낯설다.

문 전 대표의 또다른 장점은 ‘준비된 대통령’을 뒷받침해주는 체계적인 정책 공약과 인재풀이다.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참여인원만 1000명에 이른다. 캠프에는 일자리(경제), 외교ㆍ안보, 사회ㆍ문화, 여성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당내 의원들도 계파를 불문하고 집결했다. 다른 후보보다 정책 구성과 내용이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권 후보 중 경륜이 가장 많고 ‘맏형 이미지’로 안정감을 주는 것도 보이지 않는 강점이다.

▶약점(W) =문 전 대표는 높은 지지율에 비해 호감도가 낮다. ‘문빠’로 대표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형성돼 있지만, 반문(반문재인) 또는 비문(비문재인)으로 불리는 반대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유권자 확장성’ 문제에 봉착한다. 중도층으로 외연 확대에 성공한 안희정 지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캠프 관계자는 “단일후보가 됐을 때 이 시장의 표는 대부분 흡수 가능하지만 안 지사 지지층을 끌고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최창렬 교수는 “친문패권주의 프레임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반문(또는 비문)연대의 움직임은 문 전 대표에게 위협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친문패권주의’가 다른 리더십과 공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안 지사는 TV 합동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의 ‘분당(分黨)’ 리더십을 건드렸다. 안 지사는 “당 대표를 지내면서 손학규ㆍ김한길ㆍ박지원ㆍ안철수 전 대표 등이 모두 당을 떠났다”면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혁신에 반대하신 분들”이라고 해명했지만, 안 지사는 ‘당내 통합도 못하면서 소연정을 얘기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몰아세웠다. 이 밖에 다음 대통령이 ‘적폐 청산’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의 유약한 성격도 약점으로 손꼽힌다.

▶기회(O) =‘대선 재수생’인 문 전 대표는 다른 후보에 비해 ‘검증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 ‘아파트 사전 분양’ 특혜 의혹을 제기했지만 2012년 대선에서 해명된 사안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국민들로부터 1차 검증을 받았다는 것은 본선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 프레임이 강화되는 것도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 박근혜 정부에 분노한 진보진영의 표심이 대세주자를 중심으로 결집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불복 행보는 이를 더 부추긴다. 이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표되는 정치지형의 변화, 탄핵 정국을 계기로 드러난 정권교체 열망 등 외부 환경적 요인이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희정 지사가 중도층을, 이재명 시장이 골수 진보층을 공략하고 있는 점도 문 전 대표에게는 기회 요인이다. 문 전 대표가 본선에 나갈 경우 이들의 지지층을 일부라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점으로 꼽혔던 유권자 확장성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이렇게 되면 문 전 대표는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충청 등 모든 지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위협(T) =무분별한 인재 영입과 외연 확대는 부실한 인사 검증을 낳는다. ‘메머드급’ 캠프를 꾸린 문 전 대표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다. 전인범 전 특전사사령관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자진 사퇴했고, 진익철 전 서울 서초구청장 등 일부 인사는 계속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고위공직자를 뽑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표심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을 계속 영입하는 것도 문 전 대표의 적폐 청산 의지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캠프 인사들의 잦은 말 실수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손혜원 의원은 ‘계산된 서거’ 발언으로 캠프 홍보본부 부본부장직을 내려놨다. ‘반올림’을 폄훼한 양향자 최고위원은 대국민 사과했다. 전윤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거친 말’로 문 전 대표를 당혹케 했다. 문 전 대표 역시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해 “혁신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선을 그어 뒷말을 낳고 있다. 이정희 교수는 “대세론에 가까이 가 있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말’”이라면서 “좋은 정책 10개를 내놔도 한 번 말 실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고 지적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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