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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디자인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 인터뷰] “서울시민 럭셔리ㆍ시크해…따뜻하고 위트있는 디자인 어필”
- “DDP는 자하 하디드 작품 중 완성도 최고”
- “파라다이스시티, 인간 스케일 벗어난 ‘파라다이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구순(九旬)’을 눈 앞에 둔 디자인 거장은 총명한 ‘소년’ 같았다. 둥근 뿔테 안경 너머의 두 눈은 영민하게 반짝거렸고, 자신의 디자인철학을 설명할 때는 진지하면서도 자신감 넘쳤다. 그런가하면, 아끼는 손자들 이야기를 할 땐 얼굴 가득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겸 건축가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ㆍ86)를 헤럴드경제가 15일 만났다. 오늘 4월 개관하는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자신의 작품 ‘프루스트’ 의자(작품명: 파라다이스 프루스트)를 설치하기 위해 방한한 터였다. 아래는 일문일답.

오는 4월 개관하는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자신의 작품 ‘파라다이스 푸르스트’를 설치하기위해 방한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겸 건축가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ㆍ86)를 헤럴드경제가 만났다. 그는 자신을 ‘살아있는 공룡’이라며 기술이 발전할 수록 아날로그적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 4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파라다이스시티를 미리 가 보셨는데, 소감은?

“거인들의 나라라고 할까요? 인간의 스케일을 벗어난 곳, 그래서 ‘파라다이스시티’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설치된 프루스트 의자는 그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다. 가로ㆍ세로ㆍ높이 4.5미터의 의자는 한국 전통 공예품인 조각보 패턴으로 만들어졌다. 이전까지는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의 의뢰로 제작한 3미터 큐브 사이즈였다.

-파라다이스 푸루스트는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활용했는데, 조각보를 활용한 이유가 있나요?

“지난 12년간 한국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하면서 한국에 대해 알게 될 기회가 많았죠. 조각보는 그 소재나 패턴 등 모든면에서 가장 한국적입니다. 동시에 큐비즘과 비슷한 면도 있으니 모던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작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데, 어제 설치하고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천 소재라) 미끄러워서 혼났습니다(웃음)”

멘디니가 재해석한 조각보 패턴을 입은 프루스트 의자는 그의 의도대로 모던하면서도 한국적인 작품으로 거듭났다.

프루스트 의자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연극용 소품이었다. ‘모차르트’라고 이름도 붙였다. 바로크시대 의자에 폴 시냑의 그림과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에 영감을 받아 점을 찍어 완성했다. “그저 이렇게 낡은 것도 새롭게 바뀔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일 뿐”인데, 전 세계적 각광을 받았다. 이후 멘디니 스투디오는 다양한 버전을 제작했다. 암체어와 1:1 사이즈로 제작하는 기본형을 비롯, 소재의 다양화도 구사했다. 플라스틱, 금, 파이버글라스 등 프루스트 의자는 혼자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지금까지 한국의 여러기업과 협업을 하셨는데, 러브콜을 꾸준히 받는 이유가 있다면요?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봤지요. 서울시민은 굉장히 시크하고 럭셔리합니다. 밀라노사람들과 비슷해요. 사실한국기업과 이렇게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저도 몰라요. 다만 진지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제 디자인이 한국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아니겠나 추정할 뿐이죠”

멘디니가 밝혔듯 그는 한국과 상당히 가까운 디자이너다. 한샘, 삼성전자, LG, 한국도자기, 한스킨, SPC 등 유수의 기업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파라다이스시티에는 ‘파라다이스 푸르스트’외에도 건물 외벽 디자인도 맡았다. 마찬가지로 조각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와인오프너 ‘안나G’로 대표되는 당신의 디자인은 따뜻하고도 아날로그적입니다. 최첨단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생명력이 있어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디자인 작업, 디자인 전개방향이 지금 세대와는 너무 다르죠. 나는 여전히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고 수작업으로 제작합니다. 나는 휴대전화도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아요. 종이와 연필, 손가락 세 개로 세상과 소통하지요. 그런면에서 나는 (진작 멸종됐어야 하는데 아직 살아있는) ‘공룡’입니다. 그러나 공룡이 살아있다는 건 아직 사람들이 시적 감성, 여유,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겁니다” 

파라다이스 프루스트 설치를 기념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사진제공=파라다이스]

-손자들을 위해 디자인했다는 조명도 같은 맥락인가요?

“(얼굴가득 함박웃음) 사실 그 조명은 손자들을 위해 만든건 아니예요. 하지만 아이들이 내 작품을 좋아해서 그렇게 홍보가 된 거지요. 벌써 13살, 11살이예요. 그리고 할아버지 작품보다는 할아버지 자체를 좋아하지요. 저는 인기가 많은 할아버지라니까요. 사람들은 내 작품이 위트넘치고 행복감을 주고 아이같은 순수함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걸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진지하고 엄격하죠. 아이들을 위해 만들지는 않아요”

-서울에 오면 예전 ‘도무스(DOMUSㆍ건축잡지)’편집장 시절 발굴했던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의 DDP가 있는데, 감회가 남다르실것 같습니다.

“DDP는 단연, 자하 하디드의 최고 완성작입니다. 왜냐면, 하디드가 여러곳에서 비슷한 컨셉의 작업을 하긴 했지만 내부와 외부, 그리고 전체적으로 DDP가 가장 완성도가 높아요. 도무스에서 자하 하디드를 소개했을 때에는 젊고 뚱뚱한 건축학도였는데, 그때도 상당히 훌륭했어요. 다만 사무실도 제대로 없어서 교편을 잡고 있던 런던 AA(Architectural Association)근처의 아주 작은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죠”

-한국 작가들 중 인상깊은 사람이 있나요?

“물론, 백남준. 스와치에서 같이 작업하기도 했었죠. 전시도 여러번 봤어요. 생존에도 또 사후에도. 카리스마틱한 굴지의 아티스트죠”

자고 일어나면 ‘옛날’기술이 되어버리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지만, 디자인거장의 뿌리는 과거에 있었다. 속도와 실적위주의 현대사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가 잃어버리지 않고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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