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퇴거 당시 반려견인 ‘희망이(수컷)’, ‘새롬이(암컷)’를 비롯해 이 부부가 지난 1월 출산한 새끼 7마리를 그대로 청와대에 남겨두고 떠난 것에 대한 황당함 때문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이번 처사는 반려견의 생명권을 보호해야할 의무조차 져버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출처=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쳐] |
박 전 대통령이 한 때 ‘청와대 진짜 실세’라고 지칭했던 진돗개 9마리를 버려두고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버린 행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습니다.
희망이와 새롬이 부부는 지난 2013년 4월 서울 종로구에 박 전 대통령의 ‘가족’으로 정식 등록된 바 있습니다. 다만, 새끼 7마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한창 진행중인던 1월생이라 정신이 없었는지 아직 박 전 대통령의 가족은 아니라고 합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을 동물보호법 제9조 4항(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는데요. 현행 동물법에 따르면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합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은 충분히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단독주택임에도 반려견을 유기한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기본적인 법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니 한탄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뒤늦게 청와대가 13일 “진돗개 혈통을 보존할 수 있도록 공고를 내 분양 신청을 받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 될 것 같습니다.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 당시 삼성동 주민에게 받은 개인소유의 반려견인 만큼 엄밀히 따지면 청와대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며 “청와대가 입양을 추진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청와대가 다음달 12일까지 진돗개 가족의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행정처분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동물보호법에 소유권 이전 변경 신청은 30일 이내에 해야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죠.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 관계자 역시 “30일 이내에 새 주인이 나타나 종로구청에 소유권 이전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유자를) 처벌할 근거는 생긴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확인해줬습니다.
평소 진돗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던 박 전 대통령. 그는 새해 업무보고에서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을 강조했고, 기존 호랑이 대신 진돗개를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선정할 수 없겠냐며 당시 조직위원장이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급히 스위스까지 보냈었다고 알려졌는데요. 그랬던 그가 반려견을 유기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휩싸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신동윤ㆍ박로명 기자/realbig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