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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진실과 정치공학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가면서 한 언급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든 걸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점을 두고 야권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선언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붇고 있다. 반면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갔다는 사실자체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승복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이런 언급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불복일 수도 있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선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그 진의가 어떻게 됐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런 언급을 통해 다시금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이 갖는 정치공학적 함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점은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친박 보수층에게 응집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은 샤이 보수를 비롯한 일부 보수층에게 결집의 필요성을 일으켰을 수 있다. 여기에, 이런 언급까지 하면 결집한 일부 보수층이 더욱 응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는 대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다수의 보수가 중도까지 포함할 수 기회를 앗아가는 부작용도 있다. 즉, 보수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까지 포괄해야 하는데, 이런 언급으로 친박성 보수는 뭉칠지 몰라도 보수적 중도는 떠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보수의 재집권 가능성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언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은 일정 부분 유지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박 전 대통령이 과거부터 가졌왔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응집을 유도해서, ‘사저 정치’ 혹은 ‘영향력의 정치’를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이들 콘크리트 지지자들은 최소 16%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 모이는 친박계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로 모인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점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영향력의 유지와 전직 국가원수로서의 역할,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전직 국가원수로서 제도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는 건 적절한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도적 결정에 승복한다는 언급을 확실히 했어야 했다. 제도에 대한 신뢰는 망가지기는 쉬우나 이를 다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직 국가원수 본인부터 이런 제도적 신뢰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억울함 역시 제도에 기반해서 풀어야 한다. 제도에 기반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은, 검찰 조사 혹은 특검 조사에 성실히 응했어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지 않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호소력이 없다.

그래서 본인의 말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번 검찰 조사에는 문자 그대로 성실히 임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주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 검찰 수사결과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도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자신의 지지층의 결집만을 도모한다면, 국민에게 또 한 번 실망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자신이 그토록 주장하던 명예 회복도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논리에 맞는 행동을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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