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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 증거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막을 수 있나
지정되면 최장 30년까지 열람제한
특수본 ‘지정 전 압수수색’ 검토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청와대에서 작성된 각종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으로 옮기는 절차가 시작됐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까지 문건을 열람할 수 없는 만큼,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가 봉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15일 청와대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생산된 기록물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중 외교ㆍ안보ㆍ경제 등 민감한 기록물에 대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비공개로 보호할 수 있다. 대통령 재임 중 기록물은 퇴임 6개월 전부터 분류해 임기 만료 전에 국가기록원에 옮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기록 이관 작업이 급하게 진행됐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문건들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봉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까지 열람이 제한될 수 있다. 대통령 기록물로는 문건과 전자기록, 통화기록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업무수첩도 해당된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비밀을 풀어줄 경호실 업무일지,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해소해줄 박 전 대통령의 차명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이 봉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검찰이 하루빨리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 관련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대통령기록물 지정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압수수색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가 여전히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며 압수수색을 거부한다면, 이를 강행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없이 압수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청와대 압수수색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이 “대통령기록물 지정을 중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더라도 고등법원장의 영장을 발부받아 열람하는 구제수단이 있기 때문에 법원에 행정소송을 낼 요건이 되는 지는 검토해봐야한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황 권한대행이 기록물을 지정하는데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낼 수는 있지만, 검찰이나 국회의원 등이 소송을 낼 자격은 없어보인다”고 했다.

국정농단 핵심 증거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더라도 열람할 방법은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 법률에서는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했을 경우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사본을 봉하마을 사저로 무단반출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검찰은 오세빈 당시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고 전산자료를 압수한 바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을 사저로 유출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한 메모 한 장이라도 숨기거나 유출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파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했을 경우에는 10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진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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