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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사드보복’ 직격탄-명동②] 유커 안와 일자리 걱정…中직원 “그래도 사드배치 안되요“
-中관광객 절반 뚝…상점 직원 ‘일자리 걱정’
-국내 취직 제한에도 “한국인만 손해” 인식
-‘사드 문제’ 자국 편들기…한국인과 갈등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우리 정부의 사드 조기배치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에 직장을 갖고 있거나, 유학중인 중국인들 역시 한국 사회에서 점증하고 있는 반중 감정에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중국인 단체 관광이 끊기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비자발급 중단으로 유학길이 막힐 것을 걱정하면서도 사태의 책임을 한국정부에게 돌리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15일 ‘中 소비자의 날’까지 닥치면서 관련 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날은 중국 당국이 이달 초 자국 여행사들에 공포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기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쇼핑과 먹거리를 찾아 서울 명동거리를 가득 채웠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면서 상권은 썰렁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점주는 “지난해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고 특히 이번 달에는 반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화장품 매장 직원인 중국인 홍옥금(34)씨는 “베이징이나 광저우, 상하이 등 대도시 관광객들은 여전히 많지만 다른 지역 관광객이 급속도로 줄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갈등은 중국 내 반한 감정 뿐 아니라 국내의 반중 감정도 자극하고 있다. 명동 등지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나 유학생들은 축소되는 양국 교류에 일자리 걱정을 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자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한국인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명동 일대의 화장품 매장에서 구매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중국인들. [사진=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이 지역 상점의 경우 직원 대부분이 중국인이거나 중국어 가능자를 뽑는다. 매장마다 보통 5명 내외의 중국인 직원들이 근무해 왔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어도 가능해 중국인 대신 일본인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당장 일자리를 잃지는 않지만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SPA 브랜드에서 일하는 왕모(25) 씨는 “단체 관광을 막기 시작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손님이 반은 줄었다”며 “많은 중국인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고 있고 특히 여행 가이드를 하는 친구들은 당장 명동에서는 실업자 신세나 다름 없어져 골프장 등으로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매 도우미로 일하는 한국인 이모(27)씨 역시 “지금 있는 중국인 직원들도 하나둘 내보내고 있다보니 새로 뽑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중국 유학생들 역시 위기감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사립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령(35) 씨는 “중국 학생들이 처음에 한국어가 서툴러 유학센터 등 대리업체를 통해 학교를 찾는데 단체 비자가 중단되면서 이젠 어려워졌다”며 “내가 아는 친구도 유학을 오려고 했는데 지금 사드 문제로 단체 비자를 못받아 한국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취업하려는 사람도 많은데 최근 들어 직장을 찾기 어렵고 반대로 중국에서 한국어 강사 등 한국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 갈등은 중국 내 반한 감정 뿐 아니라 국내의 반중 감정도 자극하고 있다. 명동 등지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나 유학생들은 축소되는 양국 교류에 일자리 걱정을 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자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한국인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명동 일대의 화장품 매장에서 구매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중국인들. [사진=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그러나 이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자국 정부의 편을 적극 들고 있다. 유학생 왕예효(22)씨는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괴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며 중국 국내에서 한국인과 한국기업이 중국인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많은 친구들이 (중국) 정부의 편에서 적극 반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5년 전부터 명동의 화장품 편집샵에서 일하고 있다는 중국동포 김모(23) 씨 역시 “처음 이곳에 취직했을 때 중국인 직원을 찾는 수요가 10이었다면 지금은 4~5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고집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문제로 양국 국민 감정이 격해지다보니 오래 같이 공부하던 한중 학생들 간 다툼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SNS에 사드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가 한국인 학생들과 댓글로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영사원에서 일한 적이 있어 양국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김 씨는 “그동안 중국과 한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번에는 외교적으로 잘 풀수 있는 문제임에도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양보하지 앟는 중국의 특성 상 격앙된 측면이 있다”며 “양국이 신뢰와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한국도 대선을 치르고 중국도 지도부가 교체되고 나면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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