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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동은 지금] “기자가 朴에게 총 쏠 것”…10대에 ‘망언교육’하는 친박지지자
-朴 지지자들, 중고생에 ‘설교’…일부는 만취
-“걱정돼 아이 학교 못 보내”…학부모 불안 가중


[헤럴드경제=이현정ㆍ김유진 기자]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삼성동 주민 정모(45ㆍ여) 씨는 요즘 아이를 학원 보내기 유난히 걱정스럽다. 집 근처 도로에 죽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때문이다. 정 씨는 지난 13일 저녁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이 귀갓길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에게 붙잡혀 황당한 ‘설교’를 들었다는 것이다.

정 씨는 “한 할아버지가 대뜸 자택 건너편 건물을 가리키더니 ‘옥상에 있는 저 사람들이 우리 박 대통령에게 총을 쏠 수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가 공산통일이 될 것이고 노인들을 모두 다 쏴 죽일 것’이라고 했다며 아이가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자녀의 모든 순간을 챙길 수 없는데 집회자들 때문에 학생들이 말도 안되는 망언에 노출되고 있다”며 걱정했다. 당시 옥상에는 사저 앞을 취재하는 촬영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앞 ‘응원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10대 학생에게 망언을 하거나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지지자들이 생겨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하교한 자녀들을 데리고 귀가하는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앞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10대에게 망언을 하거나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지지자들이 생겨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날 저녁 자택 인근의 편의점 앞에서는 술을 마신 지지자들이 큰 소리로 논쟁을 벌이거나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이들은 지나가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박 전 대통령에게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불안해하면서 못 들은 체 걸음을 재촉하기 바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 심각하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취재진과 경찰에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자 인근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하교길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학교 녹색어머니회도 탄핵 이후부터 하교지도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택 앞 길로 가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삼릉초 5학년생 자녀를 둔 오정선(41ㆍ여)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복귀한 이후 아이들을 마중나온 학부모들이 급증했다”며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교문까지 챙기는 등 학생들의 등하교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다.

학교측은 이미 집회 장소와 가까운 학교 후문을 폐쇄했고 등하교시 유의사항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학교 인근에 병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돌고 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앞 ‘응원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10대 학생에게 망언을 하거나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지지자들이 생겨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하교한 자녀들을 데리고 귀가하는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삼릉초에 다니는 김모(11) 군은 “자택 앞을 한번 지나갔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보고 너무 무서웠다”며 “후문이 폐쇄돼 정문까지 돌아서 오는 것도 귀찮은데 차량과 사람들까지 많으니 더 불편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경찰이 사저 앞 집회를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8조에 따르면 집회 신고장소가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엔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지역주민의 공식서한을 받아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학교 학부모측은 이날 오후 탄원서 서명을 받은 후 16일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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