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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동은 지금] 확성기 틀고 군가 ‘쩌렁’…학교옆 주택가 ‘소음집회’ 손놓은 단속
-주민 “극심한 소음 스트레스” 불만
-취재진에 시비…소음신고만 수십건
-경찰 ‘소음 유지 명령’ 발부 건수 ‘0’


[헤럴드경제=이현정ㆍ김유진ㆍ최준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앞에서 친박 농성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소음 불만이 속출하고 있지만 경찰은 정작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오전 사저 앞은 전날과 다름없이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지자들이 중계 방송을 준비하는 방송사에 고성을 지르거나 큰 찬송가를 부르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은 “조용히 좀 하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사진설명=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친박 농성이 며칠째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소음 불만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고 있지 않다. 지난 13일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 회원들이 사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전날 오후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 회원 200여명이 집결해 확성기로 선언문을 읽는가 하면 일부 지지자들은 취재진과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렸다. 이날 오전까지 총 3명이 폭행 혐의로 연행됐다.

개인적으로 사저 앞을 찾은 신태수(45) 씨는 전날 오후내내 인근 아파트 앞에서 오토바이 스피커로 군가를 크게 틀어놨다. 이에 몇몇 주민들이 항의했지만 신 씨는 “죄 없는 대통령의 사생활을 침해하려는 기자들을 철수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니 그렇게 못마땅하면 경찰과 취재진부터 쫓아내라”며 스피커 음량을 키웠다. 엄연한 불법 1인 시위였지만 이를 제지하는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

몇일째 계속되는 집회 소음에 주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판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인근 동네에서는 수십건의 소음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 고모(58) 씨는 “지지자들이 군가를 틀고 소리 지르고 싸우는 소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어제는 청심환도 먹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무원 시험 공부 중인 딸은 집회 소음때문에 공부를 못하고 있다”며 “경찰 쪽에서 제발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가 전날 오후 사저 인근에서 스마트폰 소음측정기 어플로 직접 집회의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10분동안의 평균 소음도는 81㏈로 집시법상 소음 허용기준치인 65㏈을 훌쩍 넘었다. 순간 소음도는 100㏈까지 치솟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거지역과 학교의 소음허용 기준치는 주간 65㏈, 야간 60㏈이다. 집회 소음은 10분 동안 기계로 측정한 소음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현행법상 집회의 소음이 기준치를 넘어서면 경찰은 소음 유지 명령과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계속 불응할 경우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부터 이러한 경찰 명령이 내려진 적은 단 한 건도 없다.

경찰은 지속적으로 소음도를 주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소음 허용 기준치를 넘은 순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 신고가 들어올 때만 소음도를 측정하는 것이고 아직까지는 이를 초과한 적이 없다”면서도 “신고 이전에 수시로 소음도를 측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1인 시위는 규정상 소음 측정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경찰이 ‘군가 오토바이’의 소음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이러한 모습이 지난해 8월 위안부 수요집회의 소음이 79㏈로 측정됐다며 경찰이 소음 유지 명령서를 발부한 때와 대비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당시 ‘화해ㆍ치유재단’이 출범한 이후 열린 첫 ‘수요집회’여서 경찰이 엄격하게 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진 바 있다.

‘결사대’측이 다음달 12일까지 사저 앞 집회를 신고함에 따라 주민들의 ‘소음 스트레스’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주민 박모(63) 씨는 “이런 식으로 집회해서 박 전 대통령이 주민들에게 미움 받는 것이 과연 진정 그 분을 위한 것이겠냐”며 “부디 주민들에 대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13일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발생한 소음은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토바이 군가는 집시법적용이 어려운 별도 참가자”라며 “육성 소음은 집시법대상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음측정 장소도 피해자의 집 외벽 1~3.5m 떨어진 곳 가슴 높이에서 측정해야한다. 소음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주택가소음기준치(주간 65㏈)에 보정치를 적용, 71㏈를 넘겨야 하는데 측정결과 69~70㏈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인근 주민들 불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기준치 초과시 법에 따라 즉각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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