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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결정문 시장경제원칙 재확인…헌재는 ‘기업재산권·경영자유’를 천명했다
재단출연 강요는 대통령 권한 남용
“권력, 기업볼모 더는 안된다” 강조

기업에 뇌물죄 적용한 특검과 배치
일부선 “헌재 판단서 제외했을뿐”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국정 운영 공백과 국론 분열에 따른 사회 혼란을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본격적인 금리인상 움직임,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핵 리스크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지난 6개월간 ‘최순실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 살리기’가 새로운 사회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경제의 주역인 재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자칫 무분별한 반(反)기업 정서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이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낸 774억원의 출연금이 뇌물이라는 특검의 수사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이 무리한 ‘짜맞추기식’ 프레임 수사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5월 조기대선을 앞두고 컨트롤타워 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과도정부 체제에서 G2와 북핵 리스크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수 출금해제와 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 등을 통한 ‘기업 기(氣) 살리기’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정치권도 국민적 분노를 반재벌 정서로 이어가는 등의 무책임한 언동을 중단하고, 분열되고 갈라진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도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주된 이유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명시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의 근간임을 재천명했다. 더이상 정치권이나 권력이 경제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일침이기도 하다. 재계는 일단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에서 대기업들을 ‘피해자’ 취지로 언급한 것을 반기는 눈치다.

헌재는 지난 10일 탄핵 심판 결정문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최순실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뇌물죄’가 아닌 ‘권한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바꿔 해석하면 돈을 낸 대기업은 뇌물공여자가 아니라 강요와 협박에 못 이겨 돈을 뜯긴 피해자인 셈이다.재계 관계자는 “헌재가 16개 그룹, 53개 대기업 계열사에 돈을 걷은 대통령의 행위를 두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은 기업들을 피해자로 보는 취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은 애초 검찰 수사 단계에서 ‘강요에 의해 돈을 뜯긴 피해자’로 규정된 바 있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도 그대로 명시됐다.

하지만 특검 수사 단계에서 이들 기업들은 ‘뇌물공여 피의자’ 혐의를 받았다.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과 SK 롯데 CJ 등 대기업들은 “선의로 출연금을 냈다”고 일관되게 항변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은 별개라고는 하지만, 대기업 출연금이 ‘자발적으로 갖다바친 뇌물이 아니라 강요에 의해 뜯긴 것’이라는 헌재의 이번 판단이 단순한 권고나 의견 제시를 넘어 검찰과 법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판단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제는 통합과 화합 속 경제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바람”이라며 “이번 헌재의 판단이 검찰의 1차 수사 결과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인만큼 이를 뒤집으면서 까지 기업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 경제 불확실성 및 위기 상황이 지속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촛불민심으로 대변된 국민적 분노를 타고 그 열망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서 비롯된 특검 수사 과정의 일부 문제점 역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반론의 기회조차 없이 수사 과정을 과도하게 노출시켜 이미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등 ‘신인도 저하’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최악의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응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진하기 위해 연초부터 해외 시장을 누벼야 할 기업들이 움추리고 있는 상황은 과거 주변 열강의 패권주의 경쟁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모습과도 흡사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지난 해 11월 8일 삼성 서초사옥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4개월이 넘도록 이어진 수차례의 압수수색과 기금을 출연한 9명의 기업 총수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우리 기업들은 ‘재산권 침해’라는 1차 피해에 이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등 2차 피해를 이미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힘을 모아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과제 해결을 통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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