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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사실상 ‘불복선언’…“동정심 마저 사라졌다” 민심 싸늘
시민들 “갈등조장 발언” 충격적
지지자들에 손 흔들고 미소까지
“반성은 커녕” 비난 목소리 높아
사법처리 속도에는 의견 엇갈려


헌법 수호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까지 국민 분열의 불씨를 남긴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이틀만에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퇴거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사실상 헌재 결정에 대해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많은 시민들은 ‘부적절하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56ㆍ여) 씨는 “불복이란 상상도 못했던 일을 통해 충격을 안겼다”며 “끝까지 나라와 시민들의 안위는 안중에 없는 행동”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으로서 제2차 대국민 담화 당시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느꼈지만, 이번 ‘대국민 전쟁 선포’를 통해 남아있던 동정심마저 싹 사라졌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심모(60) 씨는 “끝까지 불복이란 꼼수로 몇 안되는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시키려는 모습을 보니 서글프다”고 말했다. 민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이 눈물로 화장이 지워졌더라’라고 전한 것도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퇴거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 나온 친박 의원들과 지지자들과 만나 웃으며 손을 흔들었던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불리는 대구에 사는 가정주부 조모(63ㆍ여) 씨는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이 나라 전체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모르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있나 싶었다”며 “오늘 박 전 대통령의 행동과 언행을 보면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며 파면한 헌재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한 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일갈했다.

전문가들도 박 전 대통령이 전직 국가 원수로서 헌법을 수호하려는 모습을 끝내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국가 원수로서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제도를 수호하고 헌법 기관의 판단에 승복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며 “투표 결과로 한 때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누리게 해줬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국정농단의 ‘공모자’로 검찰 및 특검에 의해 적시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후 수사 및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파면을 통해 자연인이 된 만큼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수사에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공모(26ㆍ여) 씨는 “검찰은 지금 곧장 강력한 수사에 들어가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를 주저한다면 황교안 권한대행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했다. 경기 김포에 사는 교사 양모(55ㆍ여) 씨는 “차기 정권까지 넘기면 ‘정치보복’이란 소리가 나올텐데, 지금 곧장 수사에 착수하는게 옳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은행원 임모(25) 씨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만 자꾸 미루는 것을 두고 국민들이 그동안 화가 많이 나온 만큼 검찰 수사가 더이상 늦어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43) 씨는 “차기 대선이 코 앞에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며 “오히려 차기 정부로 넘겨서 공정하고 엄밀하게 수사하는게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탄핵이 ‘법 앞의 평등’이란 점을 보여준 본보기와 같은 사건이란 점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며 “구속이건 강제수사건 검찰이 결정할 문제로, 박 전 대통령 스스로도 하나의 국민으로서 사법부의 수사나 재판에 순순하게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윤·박로명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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