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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朴의 고향' 대구 민심은..."이번엔 다르다" VS "여전히 朴 옹호"
-젊은층 vs 기성세대 '정치적 과도기'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대구)] ‘국민은 탄핵했다! 축하 떡.’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11일 오후 5시. 대구 시민의 ‘만남의 장소’인 대백(대구백화점) 앞 광장에는 풍물패 공연이 한창이다. 경쾌한 꽹과리 소리에 이어 밴드 ‘매드킨’의 여성보컬이 귀를 즐겁게 했다. ‘동성로 축제’가 열리려면 아직 두달이나 남았지만 대구의 ‘명동’인 동성로는 이날 때아닌 축제가 열렸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18차 대구 시국대회 거리 전시회.
[사진=최진성 기자(대구)]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자축하는 문화행사였다. 주제는 과감했다. ‘#쫓아냈다_박근혜 #민주주의_축제’.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는 글귀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하기에는 눈을 의심케 했다. 대백 앞 광장에서 한일CGV(구 한일극장)로 이어지는 150여m의 거리에는 ▷촛불과 함께 한 순간들 ▷세월호 추모전 ▷사드(THAAD) 반대 서명 운동 ▷한일 위안부 협상 반대 서명 운동 등이 진행됐다.

‘18차 대구 시국대회’는 ‘박근혜퇴진 대구시민행동’이 주최했지만, 대구지역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완성됐다. 행사 실무를 맡은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사실상 마지막 촛불집회”라고 소개했다. 본행사에서는 3000여명의 대구 시민들이 자리를 메웠다. 사람들 사이로 ‘탄핵 축하 떡’이 오갔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함성도 들렸다. 비슷한 시각 간헐적으로 ‘태극기집회’(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던 반월당사거리 동아쇼핑 앞은 황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신고된 도심 집회는 대백 앞 광장 한 곳 뿐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18차 대구 시국대회 문화공연.
[사진=최진성 기자(대구)]

‘대구 토박이’라고 소개한 이대영(57) 씨는 “예전에는 대학을 나오면 취직이 다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제도에서 문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선거를 하면 보수성향이 너무 강하게 드러난다’고 하자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상훈 사무처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나라를 뒤집자는 게 아니라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서문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재래시장인 칠성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샤이 보수’의 표심이 엿보였다. 이곳에서 37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민수연(여ㆍ66) 씨는 “탄핵 판결이 나자 환호하는 사람보다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더 많았다”면서 “만장일치로 탄핵이 될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찍겠느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대구로 이사온지 6년째인 권수현(47ㆍ여) 씨는 “주변에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 밑에 사람들이 잘못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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