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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ㆍ10 탄핵 이후]집단 트라우마에 군중 심리 겹쳐…“폭력적 불복 양상”
-탄핵 소식에 사망자 발생한 친박
-“신념 무너지며 폭력 성향” 분석
-“군중심리, 자제력 상실” 지적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린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 흥분해 헌재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고, 집회 참가자 3명이 사망했다. 갑작스런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에 경찰도 한때 차벽이 뚫리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탄핵 정국 속에서 유례없던 폭력 사태로 첫날 집회에서만 참가자 3명이 사망하고 경찰 33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12일 열린 두 번째 집회에서도 폭행 사태가 벌어져 4명이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사진설명=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가 난 직후인 지난 10일 오후12시께 흥분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헌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을 빚고 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분노는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간 지난 12일에도 계속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집단 폭행을 시도해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13일 오전까지 연행자는 없었지만,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방송 카메라가 부서지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탄핵 정국 초기 비교적 평화적 기조를 유지했던 태극기 집회가 폭력 집회로 변질되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13일 오전에도 사저 앞에서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폭력은 안 된다”고 외치며 다른 참가자의 폭행을 말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박모(46) 씨는 “위법적인 탄핵 결정과 언론의 사생활 침해로 집회 참가자들이 흥분해 있어 폭력적인 상황도 자주 연출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초반의 평화적인 태극기 집회의 의미를 되살려 이를 제지하는 참가자들 역시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력 집회의 배경에 집단 트라우마와 군중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져 오던 경제발전의 신화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결해 생각하는 노년층에게 이번 탄핵 인용 결정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좀처럼 신념을 바꾸지 못하는 우익보수층이 자신의 믿음이 부정됐다고 생각하자 폭력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군중심리로 자정작용을 하지 못하면서 폭력적인 집회로 돌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군중 심리가 폭력적인 불복 운동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탄핵 이후 집회를 보면 폭력 촉진 요인이 군중심리와 만나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일부가 먼저 나서 비폭력을 외쳤던 촛불집회와 달리 지금 불복 운동에서 이를 제어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다”며 “내부에서 비폭력을 위한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당분간 폭력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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