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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동 철야 스케치] “억울하니 잠도 못자는 듯”…朴사저 밤새 지킨 ‘친박 호위대’
-친박 150명 “박대통령 직접 경호”
-“기자 쫓아내” 고성…경찰제지도
-본격 집회 신고…경찰 320명 배치

[헤럴드경제=유오상ㆍ최준선ㆍ홍태화 기자] “밤새 여기 있을 계획입니다. 나도 몸이 불편하지만, 박 대통령님을 꼭 지켜주고 싶어서, 혹시나 촛불이 위해를 가할까봐 나왔습니다. 지금 박 대통령님도 억울하시니 아직 잠도 못 주무시고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들어간 지난 12일 저녁에도 태극기를 들고 모인 집회 참가자 150여명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자리를 지키며 “박 대통령을 밤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시나 박 전 대통령이 자신들을 바라봐줄까 창문을 향해 태극기도 계속 흔들었지만,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은 밤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사진설명=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들어간 지난 12일 저녁에도 태극기를 들고 모인 집회 참가자 150여명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12일 오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자리를 지키며 “박 대통령을 밤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11시가 넘자 참가자들 절반이 집으로 돌아가며 현장에는 70여명만 남았다. 그러나 집회 열기는 더 거세져 일부는 취재진을 향해 욕설하며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한 70대 집회 참가자는 “(기자를) 다 쫓아내야 한다”며 무리를 지어 취재진들에게 소속과 이름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경찰이 제지에 나섰지만, 참가자들은 “거짓 언론을 왜 경찰이 보호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도 밤새 계속됐다. 13일 오전 1시께 집회 참가자들은 사저 앞 빌딩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옥상에 설치된 방송 카메라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이 옥상에 올라가 직접 확인했지만, 카메라는 천으로 덮인 채 꺼져 있었다. 경찰은 “사생활 침해 증거가 없어 개인 장비를 철수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로 거리는 밤새 소란스러웠다. 일부 참가자들은 새벽까지 112에 해당 카메라를 수차례 신고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혹시 위해가 가해질까 걱정돼 밤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부평에서 왔다는 김모(57) 씨는 “가족과 같은 박 대통령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게 밤을 새우고 있다”며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돌아와 아쉽지만, 그래도 그분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곳에 와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춘천에서 왔다는 박모(41) 씨는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사저까지 왔다”며 “혹여 촛불세력이 찾아와 해코지한다면 고소와 고발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다른 집회 참가자들도 사저를 가리키며 “이 담벼락에 계란 하나 조약돌 하나 날아들면 각오해”라고 외쳤다.

[사진설명=이날 오전 6시까지 움직이지 않고 사저 앞을 지킨 이모(80ㆍ여) 씨는 “부모도 없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우리라도 여기서 대통령을 지켜야 괜찮은 나라 아닌가. 죄 없이 끌려가는 사람 위해 힘써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은 나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까지 움직이지 않고 사저 앞을 지킨 이모(80ㆍ여) 씨는 “부모도 없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우리라도 여기서 대통령을 지켜야 괜찮은 나라 아닌가. 죄 없이 끌려가는 사람 위해 힘써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은 나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씨는 “어제 오후 12시부터 자리를 지켰다”며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졌을 때까지 견딜 것”이라고 했다.

밤새 소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사저 주변에 4개 중대 320명의 경력을 투입해 우발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 측도 13일부터 집회 신고를 마치고 본격적인 노숙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자유통일유권자본부 소속 유성권 씨는 “13일부터 넉 달 동안 매일 집회신고를 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밤샘 투쟁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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