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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그 이후] 불의와 싸운 134일-1600만명 촛불집회…축제로 ‘해피엔딩’
-전 부치고 떡 나누며 축제처럼 즐겨
-세월호 3주기 등 2차례 추가집회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현정 기자]그야말로 해피엔딩이다. 드넓은 광장 밤하늘을 기화요초 (琪花瑤草) 같은 수백발의 폭죽이 수놓았다. 전과 빈대떡을 굽거나 떡을 나눠 먹으며 탄핵 축제를 즐겼다. 지난 10월 시작해 차디찬 겨울을 지나 이날까지 무려 134일간 약 1600만명이 나섰던 촛불집회의 피날레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주최로 탄핵인용 환영 제20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낸 촛불집회 참석 연인원이 이날로 주최 측 추산 1600만명을 돌파했다.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1일 20차 촛불집회 참가자가 오후 8시50분 기준 광화문광장 65만명 등 전국 7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촛불집회는 퇴진행동이 주최하는 마지막 ‘대통령 퇴진 촉구’ 행사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이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 게이트로 번지면서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는 모두 20차례였다. 지난해 11월 12일 열린 3차 집회에는 서울에서만 100만명이 모이는 등 참가자 100만명을 넘긴 것도 7차례에 달한다.

영상 15도를 오르내리는 봄기운을 맞으며 진행된 마지막 촛불집회는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10여개 시민단체에서 나온 50여명은 오후 1시께부터 떡 세가마와 3000장의 빈대떡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고양시 세월호 실천모임’에서 나왔다는 김경옥(50) 씨는 “매일 싸움에서 지기만 하다가 이번에 이겨 기분이 좋아 전을 굽는다”며 “전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결과를 듣고선 너무 기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어 “많은 시민들이 모인 덕에 음식 재료가 6시 전에 동날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하루만 ‘탄핵 축제’를 맘껏 즐기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강서양천 시민모임’의 남미옥(59) 씨는 “드디어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시민들을 대접하고자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명절에도 전을 거의 굽지 않았는데 팔이 떨어질 만큼 전을 부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남 씨는 “오늘만 기뻐하고 내일부터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탄핵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헌재에 항의하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없는 봄이로구나’, ‘황교안 퇴진’, ‘이제 박근혜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자축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탄핵 인용을 ‘촛불 승리’로 선언하고, 파면돼 ‘자연인’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 구속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국정농단 사태 공범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세월호 인양 등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도 요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선고 이후에도 청와대를 떠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태우(32) 씨는 “삼성동 사저의 보일러가 고장났다며 복귀하지 않는다니 어이가 없다”며 “서민들은 국유재산 사용료 밀리면 세금내라고 독촉 당하는데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만장일치 파면 선고를 끌어낸 것은 촛불 정치였고, 광장의 승리”라며 “당장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쫓아내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끝까지 범죄자를 비호하는 황교안을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그간 촛불집회 과정에서 시민들이 모여 사회 각 분야 개혁 요구를 논의한 결과가 ‘2017 촛불권리선언’으로 발표됐다. 집회가 끝나고 오후 6시30분께부터 청와대와 도심 방면으로 행진한 뒤 오후 8시에는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승리 축하 콘서트’를 이어갔다.

한편 퇴진행동은 이날로 주말마다 열리던 공식적인 촛불집회는 마무리했지만 이달 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4월16일)를 앞둔 4월 15일에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퇴진행동은 “다만 대선 국면에서 편파적 개입이 발생하면 다시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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