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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치행위다” “나는 몰랐다”…朴의 앵무새 답변 의혹해소 실패
재단모금·崔특혜가 “국정기조”
靑 문건유출은 “鄭비서관 책임”
궁색한 방어논리 올가미로 작용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내내 ‘꼬리 자르기’와 ‘통치행위 주장’ 전략으로 국회 소추위의 맹공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10일 박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방어논리는 산산조각이 난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은 탄핵사유로 제시된 일련의 헌법ㆍ법률 위배행위를 최순실 씨의 독단적인 사익추구로 규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문건이 최 씨에게 유출된 것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과잉충성’으로 선을 그었다. 탄핵심판이 진행될수록 재판관들은 그 이상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의 답변 수준은 여기에 머물렀다.

자신의 참모들이 헌재에 나와 진술한 내용까지 모두 부인하는 등 진실게임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는 없었다”거나 “나는 몰랐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대기업 돈으로 설립된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두고도 문화융성과 체육인재 양성이라는 국정기조에서 비롯됐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강제모금 의혹에도 여전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입장을 고수해 강요를 주장한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의 증언과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특히 탄핵심판 최종변론 때 공개한 답변서에서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어떤 기업인들로부터도 국민연금이든 뭐든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이를 들어준 바가 없고, 어떠한 불법적인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었다”며 뇌물 혐의를 적극 부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관련된 사람이나 회사에 특혜를 준 것에 대해서도 통치행위 논리를 내세웠다. 최 씨의 지인 회사 KD코퍼레이션과 최 씨 소유의 광고사 플레이그라운드를 현대자동차에 소개해 일감을 준 것은 모두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국정철학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의 답변에도 변론 내내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이사진이 돈을 낸 기업이 아닌 최 씨가 추천한 사람들로 채워진 점, 기획안 없이 재단 설립을 서두른 점에 의문을 표했다.

탄핵심판 후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이 박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 좋은 사업이었다면 왜 안종범 수석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자들에게 증거를 없애라고 하고 위증을 지시했는가”며 모순을 지적했다.

직원이 3명밖에 없는 최 씨 소유의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더블루K를 박 대통령이 “실력있는 회사로 알았다”고 해명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재판관은 “그렇다면 대통령한테 허위보고가 올라간 건데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변론이 끝날 때까지 이같은 재판부의 의문을 적극 해소하지 못하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이 점이 이날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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