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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탄핵]한국경제 ‘살얼음판’ 지속 불가피...사회적 갈등 치유해야 경제심리 회복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여리박빙(如履薄氷).’ 얇은 얼음을 밟듯이 몹시 위험하다는 말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져 국가적 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우리경제를 빗대 표현하면서 회자됐다. 그로부터 4개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의결과 촛불-맞불 집회,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이어지는 동안 우리경제의 기반은 더욱 허약해졌다.

때문에 10일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도 우리경제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위험한 형국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의 금리인상, 보호무역주의 광풍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가계소득 감소와 고용대란, 가계부채 누적 등으로 민간소비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 지난해말부터 반등세를 보이는 수출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으로 수출마저 꺾일 경우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다만 대통령 탄핵국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점은 경제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그동안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있던 우리사회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치는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사회ㆍ정치적 위기가 경제위기로 전이ㆍ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문은 대외리스크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류 제한령과 화장품 수출 제한에 이어 최근에는 롯데 유통점의 중국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투자까지 막는가 하면, 중국인들의 한국관광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중국인들의 한국관광이 전면 중단될 경우 우리경제 성장률이 0.5~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정도로도 우리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경제보복이 대중 수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및 각종 부품 등 중간재로 확산되는 경우다. 중국이 아직까지는 여기에 제동을 걸고 있지 않지만, 그동안 수입대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점을 감안할 때 보복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산품 수출제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다음주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금융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무역적자가 늘어났다며 ‘재검토’ 방침을 밝혔고, 4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는 한미 양국이 북한 미사일 대응과 사드배치 등 군사ㆍ외교적 현안에 집중해 있지만, 경제ㆍ무역 부문의 긴장은 잠복해 있는 상태다. 


대내적으로는 소비 위축과 고용절벽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승용차 판매와 카드 승인액 등에서 일부 바닥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였지만, 구조적인 제약요인으로 회복국면으로 돌아서기는 힘든 상태다. 실제로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감소세를 보여 소비회복이 힘겨움을 보여주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보면 소비는 둔화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고용시장은 올 봄 최악에 처할 전망이다. 조선과 해운ㆍ철강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 올 봄 졸업과 구직시즌이 겹치면서 ‘실업대란’과 청년층의 ‘취업절벽’이 동시에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마땅치 않다. 재정확대가 거의 유일하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지난 4개월여 동안의 혼란기에 우리경제는 험난한 항해를 해왔지만, 이제는 그 동안의 리더십 공백이 남긴 후유증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태가 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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