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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 없는 가게, 주인만 소주 꺾는다…소비심리 꽁꽁
-정치적 혼돈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북적이던 퇴근길 골목식당도 썰렁
-소비자 신뢰지수 7분기 연속 세계 꼴찌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텅 빈 가게서 소주잔을 꺾는 주인의 뒷모습은 쇠잔했다.

밤 10시가 다 돼가는 시각. 혹시 올지도 모르는 손님 때문일까. 썰렁한 실내가 무색하게 간판과 조명은 눈부시게 훤했다. 소주 한 잔에 TV 한 번, 소주 두 잔에 짧은 한숨이 안주였다.

마포구 상암동 먹자골목. 백숙집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요즘 이렇게 소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마감한다고 했다.

[사진=상암동 한 식당, 환하게 켜진 홀에는 저녁 손님이 한테이블도 없었고 룸 조명은 아예 꺼져있다.]

A씨는 “손님 없어요. 전에는 요리에 술 한잔 걸치는 손님들로 꽉 찼었는데, 요샌 점심 장사만 좀 되고 밤엔 이러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10개 남짓 되는 테이블은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여 있었다. 단체손님을 위한 작은 룸은 버려진 것 마냥 컴컴했다.

“매출 떨어진 건 나라가 이꼴 되고 부터 더 했죠. 한 11월 부터 손님 반으로 줄었어요. 시국이 안정이 돼야 사람들 마음도 여유가 생기고 외식도 하잖아요. 요 옆에 젊은이들 가는 맥줏집만 좀 되고 다른 데는 저희집이랑 비슷해요”

주변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볍게 한 잔하는 술집을 빼고는 음식점 내부는 휑했다.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2017년 3월 최근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회복세가 생산 ㆍ투자 확대로 파급되고 있으나,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둔화가 지속되며 경기회복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서울 상암동 먹자골목, 퇴근길 술한잔 하는 직장인들도 전보다 줄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 심리와 경제전망이 2년 가까이 세계 60여 나라 가운데 가장 나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63개국 3만 명 이상의 온라인패널을 대상으로 소비 심리·경제 전망·지출 의향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43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기준 100을 넘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낙관적 견해가, 반대로 100을 밑돌면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는 뜻이다.

한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2015년 2분기(45) 이래 줄곧 50을 밑돌며 7분기 연속 세계 ‘꼴찌’를 면치 못하는 신세다.

경제계 한 인사는 “정치적 혼란을 느낀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면서 “국론분열로 소비 위축이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대통령 탄핵,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 파국을 만든 상황은 지표에도 반영됐다. 소비자 신뢰지수 조사 결과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33%)였다. 그 뒤는 고용 안정성(24%)과 건강(24%), 일과 삶의 균형(17%)이었다. ‘정치적 안정성’을 최대 관심사로 지목한 소비자의 비중은 직전 분기(2016년 3분기) 5%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는 22%로 무려 17%P나 뛰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갑을 열지 않는 건 정서적 여유도 없다는 뜻”이라면서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부담, 소득 둔화에 정치 혼란이 맞물린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소비심리가 다소 반등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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