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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인용] 92일ㆍ25명ㆍ84시간50분…박한철이 열고 이정미가 닫은 탄핵심판
-헌재 92일…속기록만 3000쪽
-공정신속 재판위해 “매일 전쟁”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파면 당했다.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은 국회에서 제출한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서가 헌재에 접수된 지난해 12월9일부터 이날 오전 평의까지 92일 동안 심리한 결과다. 63일이 소요됐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한 달 가량 더 걸렸다. 그동안 헌재는 총 20회의 변론을 열었다. 법정에 세운 증인만 25명에 달한다. 변론 시간만 84시간 50분, 속기록은 3000쪽에 달한다.

지난해 12월9일 전체 300명 국회의원 중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국회 탄핵소추의원들은 그날 즉시 헌재에 탄핵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탄핵심판 청구서가 접수되자마자 헌재는 강일원 재판관을 주심으로 정하고 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강 재판관은 국제 헌법 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 참석차 해외 출장을 떠났으나, 즉시 귀국했다. 

[사진설명=올 1월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을 포함한 9인의 헌법재판관]

당시 헌법소장이었던 박한철 소장은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업무정지를 당한 초유의 사태를 하루 빨리 처리하는 게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올해 1월 3일 첫 변론기일까지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검찰로부터 받은 5만쪽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살펴보고, 정부기관, 기업 등 관련 기관들로부터 수백여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국회에서 제출한 13개의 탄핵사유를 ‘국민주권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각종 형사법 위반’, ‘언론자유 침해’ 등 5가지로 정리했다. 쟁점과 향후 일정이 정리되면서 복잡했던 심판 사건이 한결 가벼워졌다.

첫 변론에는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아 10분도 못돼 끝났다. 이날 변론은 20번의 변론기일 중 가장 짧았던 날로 기록된다.

이후 최순실, 김기춘, 안종범 등 핵심 증인들이 제때 나오지 않아 파행은 이어졌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한 명인 안봉근 등 일부 증인은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의 첫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1월 5일 증인신문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미용사 두 명이 청와대에 출입했다”고 증언했다.

가장 주목받았던 증인은 아무래도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였다. 최 씨는 1월 16일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대부분 질문에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날 최 씨와 함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변론은 무려 10시간 5분 동안 진행돼 전체 변론기일 중 가장 길었다.

[사진설명=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한 후, 재판을 이끈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

박한철 전 소장이 1월 31일 임기가 끝나 퇴임하면서 이정미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박 전 소장은 퇴임직전 재판을 하면서, 다시 한번 신속한 재판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 시기를 전후해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하는 등 재판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신청한 증인 수는 90명이나 됐다. 재판관들은 검찰 기록을 통해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나 굳이 증언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인물들을 제외하고 이들 중 25명만 채택했다.

2월 중순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가 등장한 이후엔 막말 논란이 일었다.

김 변호사는 2월 22일 16차 변론에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청구인(국회)의 수석 대리인”이라고 몰아세웠고, 이 권한대행을 언급하며 “이정미와 권성동(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한 편을 먹고 뛴다”라고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측 대리인 중 한명은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편파적이라며, 바꿔달라는 취지로 ‘기피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 변호사들에 법정 모독죄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서석구 변호사는 법정에서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들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여론의 모함으로 사형장에 가는 소크라테스와 같다”고 주장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헌재는 더 이상 유의미한 증인 선택이 어려워지자 최종변론기일을 2월27일로 정했다. 최종 변론에서 박대통령측은 15명의 변호사가 무려 5시간여 동안 돌아가면서 발언했다. 국회측이 최종 변론에 쓴 시간은 1시간 조금 넘었다. 박 대통령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이동흡 변호사가 박 대통령이 보낸 의견서를 대독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선의로 추진한 일”이라며 변함없이 무죄를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측근의 잘못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도의적 비난을 받을 정도의 사안”이라며 탄핵 사유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종 변론기일 재판을 마친후 8명의 재판관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평의를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10일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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