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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적률로 보는 부동산의 욕망
2017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귀국전시
‘용적률 게임: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전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서 5월 7일까지 개최


부동산 공부를 처음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개념이 있다. 바로 ‘용적률(FARㆍFloor Area Ratio)’이다. 주거지역의 종류에 따라 건물을 몇 층 올릴 수 있는지가 정해지는 이 규율은 요즘 핫하다는 재건축은 물론, 상가,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알아야하는 기초 중의 기초다. 거기에 더해 재건축을 고려하는 다세대ㆍ다가구 주택이라면 ‘건폐율(BCRㆍBuilding Coverage Ratio)’, 도로사선 제한(도로 폭을 기준으로 건축물 높이를 제한), 주차장, 일조권 사선제한도 알아야한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제한 덕분에, 건물은 일종의 ‘외각한계선’을 갖는다. 보이지 않는 선이지만 건축가들은 이 한계선 안에서 최고의 용적률을 뽑아내기 위해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다. 용적률은 적층된 토지의 가치,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축을, 특히 서울을 비롯한 도시건축을 ‘용적률’로 풀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제 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의 귀국전 ‘용적률 게임: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전을 3월 3일부터 5월 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선보인 전시를 그대로 옮겨온 만큼 영문소개가 대부분이라 아쉽지만, 한글도록과 함께 차근히 돌아볼 수 있다.

예술감독을 맡았던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속성장을 밟아온 지난 50년간 건축의 ‘전선’은 바로 ‘용적률’이라 할 수 있다. 법에서 허용하는, 혹은 법과 법 사이를 교묘히 지나며 조금이나마 더 넓은 곳에서 조금이나마 집 값을 더 높이기 위해 건축주는 물론이고 건축가도 ‘용적률 게임’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의 ‘용적률 게임’ 결과는 3~4층 규모의 붉은 벽돌로 치장한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으로 나타났다면 2010년 이후엔 젊은 건축가들이 등장하며, 용적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면서도 건축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한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케이스 36개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은 허용 용적률 200%를 꽉 채워 세워졌다. 건물을 지은 뒤, 외곽한계선까지 3차원의 껍데기를 씌운 형태다. 전체 50% 이상이 뚫려있으면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규제를 역으로 활용, 늘어난 부피 만큼 바닥면적과 공간이 추가적으로 확보됐다. 부피와의 싸움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시간과 싸우는 건물도 있다. 2종 주거지역이 3종 주거지역으로 상향이 예상되는 필지에 자리잡은 건물은 언제든 추가적으로 더 지을 수 있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또한 천정고를 줄여 층 수를 늘리거나, 용적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지하층과 다락도 건축가들의 주요 활용 대상이다.

김성홍 예술감독은 “경기침체와 대규모 개발사업이 막을 내린 지금, 이익을 높이면서 공적가치도 높여야하는 이른바 건축의 질적 변환의 시기가 왔다”며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이 아닌 소규모 점진적 개발로, 느리지만 복원력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부를 축적함과 동시에 공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젊은 건축가들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 건축 규제, 이를 해결하려는 건축가들의 접근외에도 작가들이 바라본 한국 도시건축의 풍경도 선보인다. 젊은 건축가들의 36개 건물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가 하면(신경섭), 붉은 벽돌 다가구 주택을 먹과 세필로 한지에 그려냈고(강성은), 과거 용적률게임의 산물인 다가구주택을 수천세대 촬영한 사진과(백승우) 노후화된 도시 속 거리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상물(정연두)도 준비됐다. 관람료는 무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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