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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독자 사로잡는 일본소설…치명적 매력 있다는데…
3개월새 日 소설종수 77%증가
“현대인 감성 섬세하게 묘사…금방 빠져”
히가시노 게이고 5권 베스트셀러에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벌써 관심


“일본소설이요?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밌잖아요. 섬세하고 이야기도 탄탄하고요. 좋으니까 사는 거죠.”

최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난 한 독자는 일본소설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 서점을 가보면, 일본소설 코너가 넓어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일본 작가들의 다양한 소설들을 한데 모아 놓은 단독 진열대부터 외국어 소설 코너, 베스트셀러 코너 등 곳곳을 일본 소설들이 장식하고 있다. 진열대 앞에서 책에 푹 빠져 읽는 독자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소설이 서점가를 점령했다. 몇 년간 주춤했던 일본 소설 열기가 지난해부터 다시 불붙기 시작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추리, 판타지 소설에 집중돼온 데서 벗어나 최근에는 순수문학 소설 발간이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에세이 분야까지 그 범위가 확산되는 추세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3개월(2016년 12월1일~2월26일)동안 출간된 일본 소설 종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7.3%가 증가했다. 에세이 분야는 무려 122%나 늘었다.

일본소설은 지난 2012년 289종이 출간된 것을 정점으로 2013년 283종, 2014년 236종, 2015년 221종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지난해 245종이 출간돼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3개월간 출간 종수 뿐만 아니라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소설분야는 30% 판매가 늘었고, 에세이 역시 56%나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구매층은 30대 남성층의 구매가 7.6% 증가해 종래 30대 여성 중심에서 독자층이 두터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소설 붐은 한국소설의 추이와 관련이 있다. 기대를 불러 모으는 한국소설이 나올 경우, 일본소설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주춤하면 금세 일본소설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일본소설이 정서적으로 가까운데다 많은 작품이 매년 꾸준히 쏟아져 나와 기호에 맞는 작품을 골라 볼 수 있기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소설은 여전히 무겁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젊은 독자들이 일본소설에서 재미를 찾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일본소설 베스트셀러 20위를 보면 금세 감지된다. 이전에는 베스트셀러에서 볼 수 없었던 무라타 사야카(‘편의점 인간’), 쓰쓰이 야스타카(‘모나드의 영역’), 가와이 간지(‘데드맨’)등 속속 새로운 이름들이 올라오고 있다.

히가시노 책을 다수 출간해온 출판사 재인의 박설림 대표는 “젊은 독자층이 갈수록 가벼운 것을 찾는 경향이 일본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요인으로 보인다”며, “드라마나 영화도 쟝르가 강세인데 소설도 점점 더 이런 추세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일본 소설을 즐겨읽는 독자들은 일본소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성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을 꼽았다. 금세 소설의 주인공과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작가 저마다의 개성을 꼽기도 한다. 특히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 거의 전작이 출간되고 있는데 작품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개성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어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최근 신작 ‘기린의 날개’를 비롯, 다섯 작품이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올라있다.

일본소설 붐의 맨 앞을 장식하는 작가는 단연 하루키다. 30년전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노르웨이의 숲’ 30주년 기념판이 최근 3개월 일본소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기린의 날개’가 올랐다. 4위는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이, 쓰쓰이 야스타카의 ‘모나드의 영역’이 5위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에세이의 돌풍도 만만치 않다. 일부 에세이 작가는 팬층이 두텁게 형성돼 나오는 책마다 인기를 끌 정도다. 이는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며 친근하게 풀어내는 글쓰기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얘기까지 쓰나’ 싶은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데 탁월하다는 평가다.

에세이 베스트셀러에서는 일본에서 유명한 동화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사노 요코의 작품이 세 개나 포함됐다. 1위는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가, 2위는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3위는 사카이 준코의 ‘저도 중년은 처음 입니다’가 올랐다.

올해 일본소설 붐은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에 대한 높은 관심도로 이어지고 있다. 선인세 20억원 얘기가 나도는 등 출판사들의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신작 계약이 4월 내 이뤄지면, 책이 나올 올 여름은 하루키 열풍으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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