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출비중 36%에서 15%로
전 세계 66개 큰 시장 개척
사상최대 영업이익 기록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8조원이라는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국내 정유 4사의 비결은 오히려 ‘탈(脫) 중국’이였다. 한 때 36%에 달했던 중국 수출 의존도를 15%선까지 낮추는 대신 필리핀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 한 결과, 유가 하락과 중국의 덤핑 공세를 이겨낸 것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두려워할 건만 아니라 적극적인 대안을 찾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7일 관련 업계 및 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 석유제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30%를 훌쩍 넘었지만, 2013년 이후 20% 미만으로 줄었다. 특히 2015년에는 15.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 4사가 정제마진 회복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해도 중국의 수출 비중은 19.0%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에 14%까지 낮아졌던 대 중국 수출 비중은 하반기 상대적으로고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우리 석유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 증가로 물량 기준 사상 최대인 9340만배럴까지 늘었지만, 다른 국가의 수출도 함께 늘면서 그 비중은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정유사들의 수출이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중국 수출 비중은 20%대를 유지했다. 2006년에는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에 30%에 달하며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의 고도화 설비 투자를 재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 특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만해도 하루 872만 배럴 규모에 불과했던 중국의 원유 정제설비는 5년 만에 1259만 배럴까지 급증했다. 한국의 정제설비 규모가 하루 288만 배럴인 것을 고려한다면, 5년만에 우리나라 설비 규모의 1.5배 가량을 늘린 것이다.
이 같은 시장 급변 상황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제 3의 길을 모색했다. 중국을 넘어 시선을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돌린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20% 선으로 내려온 2011년 대 필리핀 수출은 980만 배럴에서 2015년 1515만 배럴까지 늘었다. 또 2009년 전체 수출 비중이 3.9%와 0.2%에 불과했던 호주와 말레이시아 시장도 새로 개척해 6.5%와 2.6%까지 비중을 높혔다. 이들 시장은 노후 설비 철거(호주) 및 빠른 경제성장(필리핀, 말레이시아)으로 향후에도 꾸준한 수출이 가능한 곳이다.
고객 중심 다품종 소량 수출로 필리핀 시장을 개척힌 SK에너지 관계자는 “중국과 같이 단일 제품을 대규모로 수입하지 않는 필리핀 특성에 주목했다”며 “중국이 잠재적 경쟁자로 올라서고 있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도 중국 중심의 수출 구도에서 벗어나 신흥 시장 개척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우리 정유 회사들은 전 세계 66개국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을 수출했다.
갑작스레 설비를 늘린 중국의 덤핑 공세도 차분히 시장 다변화에 노력한 우리 정유 4사 앞에서는 힘을 못썼다. 실제 중국의 3대 국영 정유사들은 지나친 몸집 불리기의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정호ㆍ배두헌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