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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갈등’ 부추기는 임산부석
노인 “양보해라” 임산부에 호통
배려석 2년…정착은 아직도 요원

임신 5개월차에 접어든 직장인 김현희(31) 씨는 지하철 출퇴근길이 고역이다. 승객들로 꽉 찬 열차에서 비어있는 임산부 배려석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좌석 앞에 서 있어도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도 거의 없다.

김 씨는 “나이드신 분이 앉아계실 경우 먼저 말을 꺼내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어르신이 먼저 일어나 주지도 않는다”며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임산부보다는 노인이 먼저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한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분홍색으로 바꾼 지 2년째. 하지만 여전히 낮은 인식탓에 많은 임산부들이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임산부보다 노약자 우대를 중요시하는 세대간의 갈등까지 생기고 있다.

직장인 최모(26) 씨는 지난해 임신 7개월 무렵 지하철에서 서러운 일을 겪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오더니대뜸 지팡이를 휘두르며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며 호통을 친 것. 최 씨는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줬지만 그 주위 누구도 최 씨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승객은 없었다. 최 씨는 “임산부임을 알리는 배지를 달고 있어도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중장년층 승객들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변한다.

직장인 이강산(56) 씨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다”며 “지하철을 자주 타지만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이전까지는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임산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산부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9%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임산부인지 몰라서’라는 답변이 49.4%으로 가장 높았고 ‘방법을 몰라서’라는 답변이 24.6%로 그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임산부 배려석을 단순히 비워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주부 노정자(44) 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누구나 다 힘드니까 잠깐 앉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마냥 비워두기보다는 임산부가 왔을때 비켜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 배려석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차이가 좁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혜영 숙명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비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생기는 세대 갈등이 문제인데 이는 세대의 특성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임산부들이 왜 배려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다른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 더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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