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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울한 청년풍속]경제위기로 ‘캥거루족’ OECD 최고…부모와 동거하는 청년비율 84%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사례1>서울에 사는 취업준비생 A(29)씨는 대학을 졸업한지 3년째 취업에 실패하면서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용돈벌이도 벅차 번번히 부모님께 손을 벌린다. 비싼 월세에 보증금까지 엄두가 나지 않아 독립은 언감생심이다. 그는 설사 취업을 하더라도 비싼 주거비 때문에 독립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례2>3년전 결혼하면서 부모님 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B(여·30)씨는 지금도 분가하지 못했다. 전세금을 벌어 독립하려 했지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면서 상당기간 부모님 집 신세를 져야할 판이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20~30대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시가 고학력 청년들의 독립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작한 공익광고. [사진=헤럴드경제DB]

<사례3>한때 잘나가던 창업벤처 대표였던 C(34)씨는 사업이 망해 부모님 집에 다시 들어와 살면서 일용직으로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한다. 쉬는 날이 많아 벌이가 신통찮다. 빚은 면책을 통해 해결됐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는 “나이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도 경제적으로 부모님 신세를 지고 있다보니 주변의 눈치가 보여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청년 가운데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 의존하는 ‘캥커루족’이 급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7일 보건사회연구원 김문길 부연구위원의 ‘청년고용 및 빈곤의 국제적 조망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5세 이상 미혼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85년 9.1%에서 2010년에 26.4%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우리나라 15~29세 청년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84.6%(2014년 기준)로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인 2007년 77.1%에 비해 7.5% 포인트 늘어나면서 OECD 최고였던 이탈리아(80.6%)를 제쳤다. 연령별로 18~25세는 2007년 84.8%에서 2014년 89.5%로 4.7% 포인트 증가했고 그나마 취업률이 높은 26~34세는 31.1%에서 34.1%로 3% 포인트 증가했다.

게다가 이들 중 32%는 취업해 소득이 있는데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지내는 이른바 ‘찰러리맨’(child와 salaryman의 합성어)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직장인 가운데 찰러리맨의 비율은 31.8%에 달했다. 이는 청년이 처우가 낮은 비정규직으로 많이 취업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전체근로자의 3분1에 해당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대로 가면 캥거루족과 찰러리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년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도 가파른 증가세다. 니트(NEET)족 비율은 2015년 OECD 평균 14.6%로 2007년 13.6% 대비 1% 포인트 증가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18.0%로 OECD 평균(15.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2016년 1분기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이 10.9%로 OECD 회원국(평균 17.3%)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니트족 비율이 높고, 25세 이상 성인 실업률 대비 청년 실업률은 3.4배로 이탈리아(3.9배), 스웨덴(3.7배), 뉴질랜드와 영국(3.6배)에 이어 OECD 5위다. 자국 성인실업률에 비해 청년실업률이 상당히 높은 그룹에 포함돼 청년의 실업위험이 큰 나라라는 얘기다.

김 부연구위원은 “부모와 동거하는 우리나라 청년의 비율이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것은 가족문화가 발달한 때문도 있겠지만 경제위기 이후에 증가했다는 점에서 상당부분이 경제적인 이유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정책 재검토와 청년 일자리의 질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OECD 사회지표를 보면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15~29세 청년비율은 이탈리아, 슬로베니아(76.4%), 그리스(76.3%) 등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에서 높은 반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30~40% 정도로 낮다.

김 부연구위원은 “부모와 같이 사는 청년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청년들이 경제위기가 닥치자 빈곤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를 선택한 결과”라며 “캥거루족의 증가추세는 청년의 빈곤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19~25세 청년 1인가구 빈곤율은 2011년 12%에서 2014년 21.2%로 급증했다. 청년빈곤율은 19~25세가 가장 높고 25~29세가 그 다음이다. 대학졸업후 조기취업 못한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캥거루족의 증가는 극심한 주거빈곤과도 관련이 깊다. 또한, 청년층의 ‘월세화’는 주거비 부담으로 자산 축적을 어렵게 만들고 출산율을 약화시키며, 내수 감소를 유발한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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