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습기자 첫 취재, 광장] ‘촛불 vs 태극기’ 갈라진 광장…“답답하고 안타까울 뿐”
-수습기자, 처음 ‘광장취재’ 나가보니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판결을 목전에 둔 지난 4일 서울 도심. 서울을 대표하는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광장은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시민들과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ㆍ보수시민들로 완전히 갈라졌다.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거리를 두고 ‘분단아닌 분단’을 경험하고 있는 이곳에 이제 갓 기자로서 첫 발을 뗀 수습기자들이 뛰어들었다.

과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봤던 광장과 양측을 자유롭게 오가며 감정적으로 다소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본 광장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 수습기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사진=헤럴드경제DB]

▶끝내 갇히려는 태극기, 아직 열려있는 촛불=“젊은이가 여기를 왜 와.” 지난 4일 오후 2시께 서울시 중구 대한문 앞.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한 어르신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군복 차림의 행사 관계자를 불렀다. “이 젊은이, 수상하니 데리고 나가줘요.” 주최 측에게 받아 놓은 태극기 배지를 보여주고 나서야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탄핵 선고 전 마지막 주말, 16차에 이른 태극기 집회가 열린 서울광장 일대는 분노가 쏟아지고 있었다. 대통령측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 등은 ‘헌법=대통령’, ‘탄핵=반역’이라는 논리로 대중을 설득했다. 억지탄핵에는 반대하지만 탄핵안이 인용되면 수용할 생각이라는 20대 중반의 남성조차 대한문이 아닌 광화문 인근으로 쫓겨나 1인시위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박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서는 외연 확장을 위한 노력이 지속됐다. 길이 1m가 넘는 대형 태극기를 들고 세월호 텐트를 찾은 박태환(55) 씨는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지만 노란 띠를 달아주며 싸움을 말리는 시민도 있었다”며 “광장이라면 태극기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행사 중 간혹 튀어나온 거친 욕설은 “애들이 듣는다”는 만류에 묻혔다. 초등학생 두 아들과 집회를 찾은 우정민(45)씨는 “꼭 평화집회가 아니더라도 민주주의 교육현장으로 남기 위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최준선 수습기자)

▶할머니가 탄핵반대 집회에 나간 진짜 이유=같은 날 오후 9시께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 할머니가 인파에 밀려 뒤로 쓰러지며 구급대가 출동했다.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경북 봉화에서 왔다는 할머니는 멍한 표정으로 “모르겠어. 관광버스타고 그냥 온 거야”라고 말했다. 태극기를 든 할머니 손은 앙상하고 차가웠다.

본지 기자는 서울광장에 나가기 전 가방에 태극기 풍선과 태극기를 잔뜩 달았다. 과격 양상을 띈다고 전해들은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패’였다. 하지만, 광장에서 만난 60~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모두가 과격하지만은 않았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 할머니는 떡과 과일들을 펼쳐놓고 주변사람들과 나누며 수다를 떨었다. 그곳엔 ‘노인정’도 있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기자의 손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알사탕과 고구마가 손에 쥐어졌다. “몇 살이야? 어디 살아?” 기자를 보며 손녀 생각이 나시는 듯 했다.

소외된 채 살아온 노인들에게 탄핵반대집회는 고마운 존재였다. 친구를 만나게 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줬다. 게다가 연단 위 연사들은 “위험에 빠진 나라를 구하시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라고 자부심까지 심어줬다. 을지로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내 손녀는 내가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력하고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이들이 가족들과 자주 대화했다면 탄기국에서 유대감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사람이 그리워 태극기를 드는 노인은 우리사회가 낳은 비극 아닐까. 탄기국 노인들로부터 날 지키겠다고 가방에 잔뜩 달아놓은 태극기가 부끄러웠다. (정세희 수습기자)

▶각양각색 광화문에 모인 촛불들…태극기는 적이 아니다=두 광장 사이 휴전선처럼 세워진 차벽을 두고 국민들은 둘로 나뉘었다. 불과 20분 남짓한 거리를 서로 오갈 수 없었다. 함성으로만 각자의 존재를 느낄 뿐이었다.

광화문 세종대왕상 근처 행렬에서 만난 대학생 김현우(22) 씨는 ‘탄핵반대집회에 참가하는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이내 “그들은 적이 아닙니다”며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방금 전까지 목소리를 높여가며 박 대통령을 비판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저 쪽엔 독거노인, 사회적 약자도 많다. 안타깝다”며 시청 쪽을 잠시 바라봤다.

다수의 촛불시민들이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갖는 심정은 ‘안타까움’이었다. 광화문광장 부근 인도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박중칠(51) 씨는 “배우지 못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분들도 피해자야. 불쌍해”라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 강준호(33) 씨는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온 분들은) 어떻게 보면 세뇌당한 만큼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홍태화 수습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