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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대문 노점실명제 첫 주말…“손님 줄고있는데 하필 이 시점에…”
- 실명제 효과에 회의…영업시간 제한에 불만
- “우리도 어엿한 가게로 인정 받은것” 호평도
- “하루 5만원 팔아 식비 빼면 남는 것 없어” 한숨만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어제 하루 매상으로 5만원 벌었어요. 교통비 3600원에, 시장에서 파는 밥 값 5000원 빼면 남는 게 없어서 오늘은 점심도 굶었고…. 집회도 있다니 일찍 철수하고 들어가려고요”

지난 4일 늦은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허리띠 등 피혁제품을 파는 노점상 황씨(여ㆍ59)는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집회한다고 손님과 매출이 줄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 20여분 간 물건을 구경하는 이 조차 없었다. 경기도 양주 집에서 출퇴근하며 10년 간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을 했다는 그는 “내년, 내후년에도 이 자리에서 장사를 계속 할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했다. 

[사진설명=중구 회현동 1가 도로의 한 액세서리 노점에서 지나던 행인이 물건을 살피고 있다. 이달부터 남대문시장에선 실명제가 실시됐지만 영업시간 제약과 계속된 집회로 주말에도 손님은 뜸하다. ]

노점 매대 옆면으로 ‘도로점용허가증’이 눈에 띈다. 허가번호, 실명, 점용위치와 함께 허가기간은 ‘2017년 3월1일부터 2018년 2월28일’이라고 적혀있다.

황씨는 “1년 자릿세(노점점용료)로 50만원을 내는데, 노점실명제라는 거도 결국 나라에서 돈 걷어가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최대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이 이 달부터 노점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실명제 첫 주말인 이 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전 마지막 주말로 오후 늦게 태극기 집회의 물결을 남대문 시장의 초입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긴장이 감돌았다.

핫도그 등 먹거리를 파는 한 노점상은 “손님들에게 집회는 피해다니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다치면 나만 손해”라고 했다. 그는 “매 주말 시내에서 집회 열리고, 중국이 사드 배치 보복한다고 한국 관광도 못 오게 하는데 외국인들도 별로 없다”며 “손님 떨어지는 시기에 하필 노점실명제까지 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 무렵이 되자 매대를 비닐로 덮어 씌우고 벌써 하루 장사를 끝낸 노점도 더러 눈에 띄었다.

노점상 중에는 “우리도 어엿한 가게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실명제를 좋게 평가한 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명제 취지나 효과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불만이 모아졌다.

실명제 노점 영업시간은 동절기(10~3월) 평일 오후4시부터 하절기(4~9월) 오후5시부터다. 토요일과 공휴일은 동ㆍ하절기 구분없이 오후2시부터, 일요일 아침9시부터다. 종료시간은 오후11시다.

장난감을 파는 김씨(여ㆍ46)는 “평일 저녁에 누가 시장에 오겠냐,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김씨는 “거리 깨끗하게 만들고, 전대를 막는 것도 좋지만 노점도 살게 해줘야지 없애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중구로부터 남대문 시장 내 영업을 허가받은 이는 모두 254명이다. 남대문시장 4길, 6길, 삼익메사, 남대문로22, 남대문시장길 등 5개 구간에서 영업 중이다. 점용허가권은 2년간 유지된다. 도로점용료는 개별공시지가와 점용면적에 법정요율(0.007%)을 적용해 연 1회 30만대~50만원대에서 낸다. 1인 1노점 실명 원칙이다. 이러한 요건을 3회 이상 위반하면 허가가 취소되며 재허가를 받을 수 없어 영구 퇴출이다. 노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려는 취지다.

중구는 또한 통행에 지장을 주는 상가의 도로 적치물에 대해서도 점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남대문시장, 중앙시장, 중부시장 등에서 조만간 동시에 시행한다. 도로 위에 노란색 한계선을 표시하고, 점용면적에 요율(0.03%)을 적용해 점용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남대문시장에선 지난 6일 한계선 밖으로 판매 물품이 나와있지 않은 지 단속을 벌였다. 중구는 시행 초기에 노점상 실명제가 제대로 지켜지는 매일 점검ㆍ단속한다. 


상인들은 “매일 단속은 지나친 처사”라는 입장이지만, 중구는 “신규노점 발생을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 노점 적발 시에는 실명제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노점은 7718개이며, 자치구 가운데 중구는 1083개(14%)로 종로구 1346개(17%)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각 자치구의 노점 허가제 시행 추진으로 노점 수는 2013년 8826개, 2014년 8662개, 2015년 8038개 등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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