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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 커지는 ‘세무사 스캔들’…5000여명 ‘세금폭탄’?
보험사 돌며 ‘프리랜서’ 고객 모집
국세청, 소득세 허위신고 포착
피해자 급증…최고 수억원 추징금
“회사·국세청 감독소홀” 분통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40대 송모 씨는 지난달 세무서로부터 1억2000만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세금 문제에 어두워 세무사를 통하던 송 씨는 처음에 편지가 잘못 온 줄만 알았다. 나중에서야 송 씨는 자신이 계약했던 세무사 A 씨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계에서 능력 있는 세무사라고 알려졌던 A 씨는 주로 보험사를 돌며 보험설계사들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맡았다. 보험사에서도 “A 씨에게 신고를 맡기라”고 한데다가 공인자격을 갖진 A 씨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송 씨를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이 증빙서류를 챙겨 내도 A 씨는 “그럴 필요 없다”며 미리 만들어놓은 신고 내용을 보여줬다. 송 씨는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A 씨에게 소득신고를 맡겼다. 그러나 A 씨가 아르바이트생들이 만든 ‘경비지출’을 자신을 비롯한 4000여명에게 일괄 적용했다는 사실을 안 건 국세청의 추징 안내문을 받고 난 뒤였다.

국세청은 세금을 낮추고자 공제 비용을 허위로 책정해 신고하는 등 탈세를 한 혐의를 포착해 세무사 A 씨를 검찰에 고발 조치하고, A 씨에게 소득세 신고를 맡긴 고객 3000여명에게 경비 지출 증빙을 요구하는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6일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4000명을 넘어섰고, 5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국세청이 A 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소득세 신고를 허위로 작성한 세무사 10여명에 대해 추가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세무 당국 관계자는 “전국 세무서에서 관련 사건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비슷한 방식으로 탈세해온 세무사가 확인돼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현재 검찰에 의해 구속된 상태다.

피해자들은 신고불성실가산세 40%가 적용돼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부분 프리랜서로 보험업계 종사자가 많았다. A 씨가 보험사를 돌며 소득세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회사와 단체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 김모(49ㆍ여) 씨는 “회사에서 추천해준 세무사가 이런 일을 벌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회사와 국세청이 감독소홀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인데, 이를 고스란히 개인에게 떠맡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피해 규모가 커지자 대책위까지 마련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세무당국도 피해자가 늘어남에 따라 신고불성실가산세 40%를 취소하고 일반 가산세(10%)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이 예전 지출 증빙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피해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국세청이 피해자 대표와 면담까지 했다”며 “피해자들의 사정을 듣고 앞으로의 조치 방안 등은 오는 8일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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