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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셔틀 대신 뽑기셔틀?…학폭 아지트된 뽑기방
뽑기 쉽게 인형 쌓아주는 ‘셔틀’
야간 출입제한에도 무인운영 허점
단속에 한계 업주 처벌도 힘들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17ㆍ서울 양천구) 군은 요즘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마다 상가 1층에 있는 이른바 ‘뽑기방’으로 향한다. ‘포켓몬고’에 나오는 포켓몬 인형을 모으는 것이 유행이기도 하지만 밤늦게 학원이 끝나면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군은 “밤 10시에 학원이 끝나면 조금 시간이 생기는데 막상 PC방이나 오락실에는 못 간다”며 “뽑기방은 누가 막지도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 매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무인 인형뽑기방’은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가 되면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로 가득찬다. 현행법상 뽑기방도 다른 오락시설처럼 오후 10시 이후에 청소년의 출입이 제한되지만, 무인으로 운영되는데다 단속이 어려워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최근에는 일부 학생들이 강제로 인형 뽑기에 돈을 쓰게 만드는 ‘뽑기셔틀’까지 등장하는 등 학교폭력의 도구로까지 쓰이고 있다.

중ㆍ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뽑기셔틀’은 직접 인형을 집어 투입구에 넣지 않고 기계 안 인형을 건드려 투입구 옆에 탑을 쌓는다. 여러 차례 움직여야 하고 탑을 쌓을 정도로 인형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인형 탑을 쌓는데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4만원이 들기도 한다. ‘뽑기셔틀’이 인형 투입구 옆에 탑을 쌓으면, 다른 학생이 500원을 넣고 탑을 무너뜨려 한 번에 인형을 3~4개씩 챙겨가는 식이다.

중학생 유모(15) 군은 “밤늦게 뽑기방에 가면 탑을 쌓는 친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보통은 스스로 돈을 넣어 인형을 뽑지만, 일부는 만만한 동급생이나 후배를 시켜 돈을 쓰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 군은 “애초에 기계가 인형을 뽑기 어렵게 설계돼 있어 인형을 뽑으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며 “인형 뽑기는 인기인데 용돈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예전 ‘빵셔틀’ 비슷한 일이 뽑기방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지자체에 등록된 뽑기방만 1164개에 이른다. 게다가 대부분 무인점포로 운영되고 있어 경찰의 순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지키는 사람이 없는데다 겨울철에도 난방이 되는 뽑기방에 청소년이 몰리고 있어 자주 순찰을 돌고 있다”며 “학교폭력 현장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목마다 크고 작은 뽑기방이 많아 현실적으로 모두 살펴보기 힘들다”며 “업주도 현장에 없어서 청소년 출입을 이유로 처벌하기 어려운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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