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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거숭이’ 된 서울광장, 잔디는 언제 깔리나
- ‘애국천막’ 무단 점유 40여일
- 서울시-탄기국, 갈등 최고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봄은 왔는데 서울시청 앞 서울 광장의 푸른 잔디는 언제즘 볼 수 있을까’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서울시 서울광장에 농성 텐트(‘애국텐트’) 수십여개 설치해 농성을 한 지 40여일이 흐르면서 매년 이맘 때 이뤄지는 잔디 식재가 올 봄에는 언제 실시될 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탄기국 등 보수단체 대표를 고발하고, 탄기국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맞고발을 예고하는 등 양측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올 봄 잔디 식재는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사진설명=서울광장이 예년 이맘때 볼 수 있는 메마른 잔디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흙만 남은 벌거 벗은 모습을 하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탄기국은 광장에 대한 사용 신고나 승인을 받지 않고 지난 1월 21일 서울광장 내 잔디광장에 1451㎡ 면적에 텐트를 설치했다. 3일 현재 집회 42일째다.

이들의 무단 점유로, 미리 사용신청을 해 이 기간 사용권을 갖고 있는 시민과 단체가 이용하지 못할 뿐더러, 잔디 식재 시기까지 불투명해져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윤철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녹지관리 과장은 “3월9일부터 19일까지 잔디광장에 있는 작년 잔디를 걷어내는 등 토지 평탄 작업을 하고, 이후 4월20일까지 한달간 잔디 활착을 위해 출입을 금지하는 일정이 잡혀있다”며 “하지만 집회 때문에 올해 시기를 알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예년이라면 3월 초부터 준비작업을 한다. 한해 전에 심어 겨우내 시민들에게 밟혀 죽은 잔디를 걷어야 새 잔디를 심을 수 있다. 부족한 모래나 흙도 채운다. 올 겨울은 장기간의 집회로 인해 잔디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광장은 흙 운동장처럼 돼버렸지만, 땅 속에는 아직 뿌리가 남아있다. 뿌리를 걷은 뒤에는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양묘장에서 잔디떼를 떠와 전체 6500㎡ 면적에 걸쳐 심는다. 예년에는 식재 기간에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잔디떼 운반, 열 맞추기, 잔돌고르기, 밟기 등의 체험행사도 열렸다. 서울광장 잔디는 매일 1030명분의 산소를 공급하고, 토양 오염과 침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봄부터 가을까지 초록색 빛으로 도심 미관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사진설명=서울광장이 예년 이맘때 볼 수 있는 메마른 잔디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흙만 남은 벌거 벗은 모습을 하고 있다.]

김 과장은 “집회가 끝나지 않으면 식재 시기를 뒤로 연기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한여름인 7~8월에 심을 수는 없고, 식목월에는 심어야하는데, 고민이다. 심는 시기가 늦어져 5월에나 개방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 봄 서울광장에서 잔디를 볼 수 있느냐의 관건은 오롯이 탄기국의 애국텐트 철거 의사에 달렸다.

이에 대해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탄핵무효 이전에 텐트를 자진철거할 의사는 없으며, 잔디 식재 기간에 임시 이동할 지, 사전 양해와 관련해선 서울시로부터 어떠한 공문을 받은 일이 없어, 검토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행정국 관계자는 “잔디 뿐 아니라 시설 보수 부분이 있어서 탄기국 측에 자진철거를 유도하고, 그분들로부터 특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잔디 식재 필요성도 구두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서울광장이 예년 이맘때 볼 수 있는 메마른 잔디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흙만 남은 벌거 벗은 모습을 하고 있다.]

시 행정국은 자진철거 요청 5회, 대집행계고서 3회를 보냈다. 공문에는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행사가 원할하게 진행되고, 광장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진철거를 요청드립니다”라고 적시했다.

시와 탄기국은 법정 다툼 직전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올해 잔디광장을 아예 볼 수 없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는 지난 40여일간 대집행 경고에도 자진철거가 이뤄지지 않고, 이들의 담배ㆍ취식 등에 관해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달 28일 탄기국 대표 7명을 고발했다.

탄기국은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텐트 무단 사용과의 형평성을 들어, 박 시장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로 이르면 3일 중 고발할 예정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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