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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의 트럼프’, 총리되나
-“모로코인 쓰레기” 막말, 트위터 애용 등 트럼프 닮은꼴
-극우정당 PVV의 승리는 프랑스, 독일 선거에도 영향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유럽의 트럼프, 극우의 아이콘, 은둔의 선동가,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유령, 유럽의 별난 정치인.”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 헤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를 이같이 표현했다. 네덜란드 총선을 보름 앞두고 PVV당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빌더르스가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VV의 승리가 현실화되면 올해 프랑스, 독일 선거를 앞두고 유럽은 격랑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헤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 [사진제공=AFP]

▶극우 성향ㆍ트위터ㆍ헤어스타일까지 트럼프 닮아=빌더르스는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트위터를 즐겨쓰며, 극단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하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까지 닮았다. 빌더르스는 머리를 하얀빛이 도는 금색으로 염색해 ‘모차르트’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의 선거 공약은 단 한페이지로 요약된다. 히잡 금지, 이슬람교 사원인 모스크 폐쇄, 코란 금지 등 이슬람교를 몰아내고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빌더르스는 최근 “모로코인 쓰레기를 네덜란드에서 치우겠다”는 발언으로 전세계 언론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빌더르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난민에 의한 트럭 테러가 벌어졌을 때 트위터에 메르켈이 손에 피를 묻히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리서치회사 BKB의 에릭 반 브루겐 대표는 “빌더르스는 트럼프와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선거운동을 하고, 토론 참여를 거부하며, 유권자들에게 바로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사라 드 랑게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빌더르스는 가장 전략적이고 똑똑한 정치인”이라며 “트럼프는 감정적이지만 빌더르스가 올리는 트윗은 깊이 생각하고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다른 점은 신변의 위협때문에 대규모 유세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 경찰관이 빌더르스에 대한 정보를 모로코 범죄집단에게 넘겨준 혐의로 체포된 이후 빌더르스는 공개적인 유세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24시간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으며, 매일 다른 장소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과도 일주일에 한두차례만 만난다. 의회 내에 빌더르스의 사무실은 다른 의원들과 분리된 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

올해 53세인 빌더르스는 젊은 시절 이스라엘에 다녀온 후 아랍 세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다. 빌더르스는 1998년부터 의원직을 유지했지만 2004년까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해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사망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빌더르스는 2008년에는 아랍 세계의 갈등과 폭력을 다룬 ‘피트나(fitna)’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2014년에는 인종차별 관련 발언으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빌더르스의 어머니는 전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계다.

헤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 [사진출처=헤르트 빌더르스 트위터]

▶극우정당 PVV 승리는 프랑스ㆍ독일에도 영향=최근들어 유럽에서 반난민 정서가 번지고 있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반 고흐 감독 사망 이후 일찌감치 반난민 정서가 나타났다. 네덜란드 유권자들 사이에서 실업률보다 난민 문제가 더 큰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빌더르스의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갔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인력 부족으로 모로코, 터키 출신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전체 1700만 인구 가운데 이같은 외국인 노동자와 자손들, 그밖에 비(非)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두기도 했는데, 전체 네덜란드 인구의 5%가 무슬림이다.

NYT는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국가 중 하나였고, 오랫동안 종교적 관용과 이민자에 대한 환대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네덜란드는 오는 5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유럽의 극우 득세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로 꼽히고 있다. PVV의 승리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물론 독일 극우정당 AfD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최근 빌더르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에 ‘애국의 봄’이 오고 있다”며 “트럼프가 미국에서 성공했고, 네덜란드뿐만아니라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정당이 매일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발표된 I&O 여론조사에 따르면 3월 15일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 극우정당 PVV는 24~28석, 중도우파인 집권 자유민주당(VVD)은 23~2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하원의원 150명을 선출한다. PVV는 2010년 총선에서 15석으로 제3당 자리에 올랐다.

올해 PVV가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려워 연정을 구성해야 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 정당들이 PVV와의 연정을 꺼리고 있어 정치적 혼란이 예상된다. VVD를 이끄는 마르크 뤼테 현 총리는 “빌더르스와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은 0%”라고 못박았다.

최근 LA타임스는 “다른 정당들이 연정을 꺼려해 빌더르스가 총리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가 킹메이커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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