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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세 의붓아들 죽인 계모살인죄 아닌 아동학대치사죄?
수사 초기 단계에 입증 쉬워
살인죄보다 아동학대치사 적용
통상 최대 9년…피해자 이중고

경찰이 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8살 의붓아들을 폭행해 죽인 계모를 구속하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8살 의붓아들의 배를 발로 차고 옷걸이로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A(29ㆍ여) 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8살 의붓아들을 살해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된 계모 A(29ㆍ여) 씨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배를 걷어차거나 옷걸이로 폭행했다는 피의자의 진술 내용을 종합해볼 때 고의적인 살해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우선 적용했다”며 “수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명확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피의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려면 피해 아동을 죽이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반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아동학대치사죄는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람이 아동을 사망케 했을 때 적용 가능한 혐의다. 이때는 고의성을 입증할 필요없이 학대와 사망의 인과관계만 입증하면 된다. 경찰도 수사 초기 단계에서 폭행 내용으로 볼 때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 형량은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형이다. 사형 선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빼면 살인죄와 형량이 같다. 이 때문에 사정기관에서는 법정형량이 비슷하면서도 입증이 쉬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법문과 달리 실제 판결에서는 형량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지난 8일 대구지법은 입양 판결이 나기도 전에 4세 여아를 학대해 죽인 양부에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반면 살인죄로 기소됐던 ‘부천 초등생 학대 살인 사건’의 아버지에게는 지난달 대법원이 징역 30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형위원회의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은 최대 징역 6~9년, 살인죄는 보통인 경우에도 기본 10년~16년까지 가능하다”며 “법정형량에 비해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이 너무 낮아 실제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의붓아들이 자신의 친동생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훈계 차원에서 매를 들었다”며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아이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와 함께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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