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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헌재 “제발 예의 좀”… 막무가내 변호인에, 괴성 방청객까지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제발 법정에서 예의 좀 지켜주세요”

이윽고 헌법재판소 직원의 한숨 섞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15차 변론이 열린 헌재 대심판정. 대리인들의 돌출 발언과 방청객들의 돌발 행동이 한데 뒤섞여 탄핵심판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두달 째 이어온 탄핵심판은 막바지에 이르러 본질과는 무관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증인들의 불출석과 양측 대리인들의 무딘 신문 탓에 탄핵심판이 지지부진해지자 감정을 앞세우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탄핵심판 초반 비교적 성숙한 자세를 유지했던 방청석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증언 중인 증인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심판정에서 태극기를 흔들어 제지당하는 방청객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헌재 직원이 처벌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줘도 막무가내다. 오히려 “무슨 처벌이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에 국내 최고 사법기관이라 일컫는 헌재의 권위가 무력하게 느껴질 뿐이다.

재판에 개입하는 방청객들이 늘면서 심판정을 지키는 헌재 직원들도 바빠졌다. 초반엔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며 엄숙을 당부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젠 돌발 행동도 서슴지 않는 방청객들과 매번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전날 변론에서 박수를 치며 재판을 방해한 남성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탄핵심판이 시작된 후 첫 퇴장 조치다. 명령에 불응한 이 남성은 결국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갔다.

대리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재판 종료 후에도 심판정에서 언쟁을 벌이는가 하면, 태극기를 꺼내 흔들다 제지당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손범규 변호사는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 씨가 계속 출석을 거부하자 “헌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그리고 어제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그 권위에 또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의 허락 없이 막무가내로 구두변론을 강행하려다 제지를 당하자 퇴장하는 재판관들을 향해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한 방청객도 김 변호사에 동조해 소리를 질러댔다. 양쪽에서 난무하는 고성에 심판정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고, 박 대통령 측이 말한 헌재의 권위는 온데간데 없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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